여야 대선주자들이 4차산업 활성화 공약들을 제시하며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을 쏟고 있지만 정작 국회는 진입장벽을 높이며 역행하고 있다. 4차산업의 주요 분야인 전기차 시장은 국회의 제동에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전기차 업계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친환경차 시장을 키우자면서 전기화물차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실제 올해 전기차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25일부터 전기차 보조금 신청을 받은 결과 접수 3주 만에 1,200대를 넘어섰다고 16일 밝혔다. 지난해에는 2월 말까지 전기차 보조금 신청 대수가 300여대에 불과했다.
올해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진 것은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하는 지자체와 지방 보조금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야권은 기존 화물차주들의 밥그릇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화물연대 측 주장에 동조하며 관련 법안 처리를 막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민주당 소속 의원은 법안 처리 지연을 주도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완성차·전기차 업체들은 연말 양산을 목표로 새 전기화물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규제 완화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정치권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업계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과 조기 대선에 맞물려 정치권이 정쟁에만 몰두하는 바람에 법안 처리가 무산될까 우려하고 있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전기화물차 보급 확대를 골자로 대표 발의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법안소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지난해 12월20일 교통법안소위에서 합의 직전까지 갔다가 야권의 반발로 무산됐다.
개정안에는 현행법상 화물차량은 허가제로 운영되지만 신규 전기화물차에 한해 신고제로 바꾸는 내용이 담겨 있다. 주로 택배차량으로 운영되는 1.5톤 이하 소형화물차가 대상이다. 정부와 업계는 법안이 통과되면 친환경차 보급 확대와 택배차 부족 문제 해소 등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하지만 기존 화물차주들은 무분별한 화물차 급증으로 운임이 더 줄고 차주 간 출혈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며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또 소형화물차의 전기차 비중이 늘 경우 장기적으로 대형화물차 시장도 대상이 될 수 있어 우려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상업용에만 한정해 이용하도록 하는 ‘직영 의무’ 조항을 추가하기로 했다. 또 ‘양도 금지’ 조항과 ‘5년 한시 적용’ 조항을 부가해 화물차 난립을 막도록 했다. 국토부는 이 같은 개정안에 운송업계도 동의했다며 이견 조율을 마쳤다는 입장이다.
당시 소위 통과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최인호 민주당 의원이 무분별한 증차와 운임 저하 우려라는 기존 논리만 강조하며 법안에 반대해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최 의원은 당시 화물차 급증을 막을 이중장치를 마련했다는 국토부의 설명에도 “화물차주들을 값싸게 하는 결과밖에 안 된다. 친환경차량 대량화로 (화물차가) 무분별하게 늘어난다”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당시 여당 의원들도 최 의원과 이견 조율에 나서지 않고 침묵하며 법안 논의를 다음으로 넘기자고 동조했다.
국토부는 친환경교통수단 도입이 더는 막을 수 없는 추세인 만큼 관련 정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국내 친환경차 보급 수준은 걸음마 단계라 관련 규제를 완화해도 기존 시장에는 타격을 주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여기에 르노삼성자동차와 중소기업들은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전기화물차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르노삼성의 경우 이르면 연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법안 처리로 규제를 풀어 수요를 만들어내야 하는 이유다.
여야는 17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공청회를 열어 이견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조기 대선을 앞둔 만큼 사실상 이날이 연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