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급제동 걸린 'JY 구상'...삼성 당분간 현상 유지 경영 나설 듯

'오너 리스크'에 비상경영 체제

지배구조 개편 지연 가능성 커

헤지펀드 공격에 노출 우려

과감한 투자도 차질 불가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번씩 청구한 것은 ‘삼성의 유죄’에 대한 확신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끼워 맞추기식 수사와 사실상 ‘삼성 특검’이라는 비난에도 글로벌 기업의 총수에게 똑같은 사안으로 구속영장을 두 번이나 청구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특검의 이 같은 의지는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를 떠나 삼성의 발목을 질기게 잡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수사에서 재판까지 최대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의 운신의 폭은 당분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법정에서 오고 갈 수많은 공방들은 삼성을 지속적으로 흔들 게 분명하다. 이건희 회장의 유고 이후 혼란스런 삼성그룹의 새 판을 짜려던 이 부회장의 구상은 이미 차질을 빚었다. 삼성은 당분간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여론의 동향과 법원의 판단에 촉각을 세워야 하는 신세가 됐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16일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국가대표 기업이 정경유착에 얽혀 올림픽 출전 기회까지 막히는 애석한 일”이라고 착잡해했다.

물론 표면적으로 볼 때 삼성의 경영 상황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주자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4·4분기 매출 53조3,300억원, 영업이익 9조2,200억원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분기 영업익 기준 역대 3위로 반도체에서만 5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냈다. 연간 영업이익 역시 지난 2013년(36조7,9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성적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 이슈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고공행진을 한 것은 삼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여전히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이 같은 호실적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위기감도 상존한다. 반도체 시장이 장기호황을 뜻하는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청신호가 보였지만 한편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공급과잉이 시작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글로벌 투자은행 UBS)도 나온다.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을 배터리 결함으로 일단락지었다지만 한 차례 시장의 신뢰를 잃은 삼성의 스마트폰 후속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흥행에 성공할지는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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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삼성의 다른 날개인 바이오와 금융 부문은 냉정하게 평가하면 아직 국내를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고도 보기 어렵다. 삼성이 최순실 특검으로 인한 그룹 내부의 위기 상황에서도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미국 전장 기업 하만 인수 등을 전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변하지 않으면 도태한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선택이다. 이처럼 기업 경영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와중에 ‘블랙홀’과 같은 정경유착 이슈가 터져버린 것이다.

최순실 특검에서 비롯된 삼성의 오너십 위기는 일단 지배구조 개편에 심각한 차질을 줄 수 있다. 미래전략실 해체 등은 예정대로 추진하겠지만 미전실 해체 이후 지주회사 전환 등 삼성의 중장기 지배구조 개편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한 금융지주사 설립 역시 이번 최순실 특검 과정에서 ‘로비 의혹’까지 휘말린 터라 당분간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선단식 경영’을 버리고 미국 실리콘밸리식 기업문화를 삼성에 이식하겠다던 이 부회장의 구상도 헝클어지게 된다. 특히 지배구조의 허점을 노린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탓에 삼성이 당분간 과감한 투자나 선제적 구조개편 대신 현상유지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이 머뭇거리는 사이 스마트카, 인공지능(AI) 같은 차세대 사업에서 대한민국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반도체굴기가 시작된 가운데 삼성의 주력 분야에서마저 과감한 시설 투자나 사업 재편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삼성은 수차례의 오너십 위기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위기 역시 결국은 극복해낼 것”이라면서도 “삼성의 새로운 오너십인 ‘이재용의 삼성’이 출범하려는 와중에 터진 일이라 파장은 가늠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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