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소프트웨어 1위 기업이 야심 찬 목표달성을 위해 내건 핵심 열쇠는 무엇일까? 디지털 시대에 벼랑 끝으로 몰린 기업들을 구원하는 엘리트 전략팀이 그 해답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디지털 변혁에 대해 자신들이 무엇을 모르는지도 잘 인지하지 못한다. 이 같은 사실은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기업용 소프트업체 세일즈포스 Salesforce에겐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마크 베니오프 Marc Benioff가 이끄는 세일즈포스는 최근 소셜미디어 강자 링크트인과 트위터 인수전에서 참담한 실패를 거듭했다.
세일스포스는 지난 3년간 엘리트 전략팀을 조용히 꾸려왔다. 정확한 팀 인원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부즈 앨런 Booz Allen과 IBM, 매킨지, 오라클 같은 동종업계 최고 기업에서 꾸준히 인재들을 영입해왔다. 전략팀은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 분석, 모바일 기기 같은 유망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의미 있는 투자 전략을 세우는데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을 지원하고 있다.
서비스의 핵심에는 이그나이트 Ignite라는 2~3개월 간의 공식 프로세스가 있다. 신규 수입원 창출, 운영 효율성 제고, 기업문화 개선 등 디지털 혁명이 불러올 긍정적 변화에 대한 기존 및 신규 고객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목적이다. 이그나이트는 ‘컨설팅 서비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례로, 세일즈포스는 자사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모바일 앱이나 디지털 서비스를 ‘시제품화’해서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각 세션은 모두 무료다.
세일즈포스의 최고운영책임자(COO) 키스 블록 Keith Block은 “우리는 클라우드 기술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과 그 비전의 가치까지 함께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오라클 임원이었던 그는 3년 전 이직했다. 마크 베니오프에 이어 서열 2위인 그는 엘리트 전략팀을 자신의 숙원사업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그는 “형태와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회사에 디지털 기술의 활용은 매우 긴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모바일 앱에 대한 투자를 통해 (수조 달러까진 아니라도) 수십억 달러의 신규 매출을 창출한 기업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 회사 코그니전트 Cognizant의 최근 예상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이 2018년까지 유통, 생명과학, 금융 서비스, 헬스 케어, 보험, 제조업 등 여러 산업 부문에 미칠 영향력은 20조 달러 이상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해도 쉽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제조과정에서 고객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핵심 사업절차를 뒷받침하는 기존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을 보완하거나 교체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매킨지는 이런 혁신을 이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앱 디자이너들을 고용하는 데에만 대기업들이 평균 수백만 달러를 지출해야 할 것이라 전망했다.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혁신의 대상이 될 것이다(It’s disrupt or be dis rupted).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경찰특공대(SWAT)처럼 강력한 세일즈포스 전략팀을 만드는 게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18개월 동안 전략 팀은 포춘 500대 기업에 속하는 파머스 인슈어런스 그룹 Farmers Insurance Group, 유니레버 Unilever, 유나이티드 헬스 UnitedHealth를 비롯해 ‘디지털 벼랑’에 놓인 250곳 이상의 기존 및 신생기업들을 공략해왔다. 이른바 ‘디지털 수혈(digital blood transfusion)’을 제공한 것이다. 파머스 인슈어런스 그룹의 최고정보책임자(CIO) 론 게리어 Ron Guerrier는 “이그나이트는 확고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는 점에서 매우 유연한 접근법이다. 단순히 제품판매와 수익성에만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나중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처럼 고객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과거 도요타에 근무할 때와 2015년 12월 파머스 그룹으로 이직했을 때 총 2차례에 걸쳐 이그나이트 서비스를 이용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SAP 등 경쟁사들도 복잡하지만 임무 수행에 필수적인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의 ‘사업적 접목’을 위해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있다. IBM의 유명 컨설팅 부서도 소위 ‘디지털 디자인 digital design’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실제로 빅 블루 Big Blue (*역주: IBM의 별칭)는 수백만 달러를 들여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설치와 사용이 훨씬 쉬운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전문 개발자와 디자이너 인력도 보유하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신뢰받는 컨설팅 기업’이 되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일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사들과 차별화된다. 일례로 이 회사는 몇 주에 걸쳐 파머스 그룹에 컨설팅을 제공했다. 콜센터와 영업 조직, 마케팅 팀, 재무 운영 등 최소 6개 이상의 기존 시스템에서 생성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 처리와 관련된 조언을 해주었다. 그 결과 세일즈포스의 인공지능 업무자동화 기술 아이슈타인 Einstein을 사용한 첫 모바일 앱이 도입되었다. ‘잠재 고객군(sales leads)’을 최우선적으로 파악하는 이 기술을 통해 파머스 그룹의 고객과 에이전트들은 보험 정보를 보다 빠르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론 게리어는 이에 대해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을 넘어, 기존 핵심가치와 새로운 혁신을 통합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보안회사 타이코 Tyco도 이와 마찬가지로 큰 변화를 이뤄낸 바 있다. 지난해 9월 건물 자동화 대기업 존슨 컨트롤 Johnson Controls과 합병한 타이코는 센서 및 모바일 앱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의 이용 방법과 고객 서비스 재구축에 필요한 예측 분석에 대한 안내지침을 전달받았다. 세일즈포스가 변화 가능성을 설득하기 위해 이틀 간 개최한 회의에는 60명 가까운 타이코 직원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그 중 영업에 관련된 직원들은 채 20%도 되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를 이끈 글로벌 영업부문 수석 부사장 브라이언 영 Brian Young은 “그들은 부사장 같은 경영진이 아니라 기업 활동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직원들이었다. 모니터링 센터에서 온 직원, 기술자들의 일정을 조정하는 직원, 라우팅 작업 (*역주: 네트워크 안에서 통신 데이터를 보낼 경로를 선택하는 과정) 을 담당하는 직원 등이었다. 모든 면에서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완벽한 고객 경험을 선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일즈포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1년 후, 타이코의 판매 전환율은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세일즈포스 디지털 전략팀에겐 공식적인 판매 목표가 없다. 하지만 그들이 노력한 만큼 실적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타이코는 이그나이트 프로세스를 경험한 후 3만 명 이상의 직원들을 위해 세일즈포스의 서비스를 구독했다. 초기 약속한 7,500명에서 크게 증가한 규모였다. 가장 최근 데이터인 2016년 2분기 자료를 보면, 세일즈포스는 연 100만 달러 이상 규모로 계약한 고객사 1,000여 곳을 확보하고 있다. 1년 전에는 이 고객사 수가 800곳에 불과했다.
세일즈포스의 성장목표 달성에 있어 이그나이트와 전략팀은 핵심적인 부분을 점하고 있다. 회사는 ‘다음 회계연도(2018년 1월 31일 종료)엔 매출 100억 달러를 돌파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야심 찬 목표임에 틀림없다. 2016 회계연도 매출액은 67억 달러였고, 2017 회계연도에도 84억 달러를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17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일즈포스가 목표를 달성하면, 순수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회사로선 최초로 매출 100억 달러를 기록하게 된다. 현재까지 세일즈포스는 계획대로 순항하고 있다. 향후 3-4년 내에 매출 2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좀 더 담대한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수익만 희생하면 회사는 두 가지 매출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세일즈포스는 성장을 위해, 매출의 절반을 영업과 마케팅에 쏟아 붓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회사는 지난 5개 회계연도 동안 계속 적자를 기록했다). 키스 블록은 “앞으로 몇 달간 디지털 디자인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투자를 더욱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에게 비전을 제시하거나 동기를 부여하려면, 그들의 문제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 아울러 그들이 미래를 새롭게 꿈꿀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디지털 변혁의 최대 장애물
1. 역량(skills)
2. 문화(culture)
3. 기술(technology)
출처: 캡제미니 Capgemini
CEO들이 꼽은 투자대비수익률 (ROI) 최고 기술
1. 데이터 분석
2. 고객관계관리 소프트웨어
3. 소셜 미디어
출처: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HEATHER CLA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