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항공기 펀드



지난해 11월8일 메리츠종금증권은 1조원 규모의 초대형 항공기 펀드를 출범시켜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통상 항공기 펀드 설정액이 1,000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매머드 펀드가 탄생한 셈이다. 일본 미즈호증권과 함께 조성한 이 펀드는 GE 계열사인 에이비에이션서비스(GECAS)로부터 항공기 20대를 일괄 매입한 뒤 저비용항공사(LCC)에 임대해 수익을 올리게 된다.

최근 들어 저금리의 장기화와 증시 부진으로 투자처가 마땅찮은 기관투자가들이 항공기 펀드를 비롯한 대체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체투자는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리가 곤두박질치자 기관들이 앞다퉈 내놓고 있는 투자상품이다. 초기에는 선박 펀드가 각광을 받았지만 해운업이 침체되면서 이제는 부동산·항공기 등이 상대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항공기 펀드는 2004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뒤 투자자들의 눈길을 별로 끌지 못하다가 2012년부터 시장이 급격하게 커졌다. 2007년만 해도 189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항공기 사모펀드 설정액은 2012년 2,926억원, 2013년 4,373억원, 2014년 5,178억원, 2015년 1조1,365억원으로 폭발적으로 팽창했다. 여기에 은행·증권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의 대출 등을 포함한 전체 항공기 금융은 지난해 말 현재 2조5,000억원에 달하고 올해에는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는 공모형 재간접 펀드 투자가 허용된 상황이어서 이제는 일반 개인들도 항공기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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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펀드는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항공기를 매입한 뒤 항공사가 지급하는 리스료와 계약 종료 시점의 항공기 매각대금으로 SPC 채무를 상환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장기간에 걸쳐 3~6%의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처럼 항공기가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부각되면서 증권·은행은 물론이고 연기금·보험사까지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다.

유례없는 저금리에 증시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투자 수단이 다양해지고 있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앞으로 대체투자 상품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궁금해진다. /오철수 논설위원

오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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