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불러온 ’도깨비’가 레전드 ‘판타지 로코’의 마법 같은 역사를 알렸다면, ‘김과장’은 직장인에겐 ‘월요일’보다 더 끔찍하게 여겨지는 ‘수요일’을 손꼽아 기다리게 하는 현실적인 마법을 발휘했다. 마치 초등학생 시절, 4교시만 하는 수요일을 기다리던 느낌이랄까. 그렇게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시원한 단비를 내렸다.
‘김과장’ 본방사수를 위해 회사 회식을 뒤로 미뤘다거나, 답답한 현실을 잊게 만들어주는 ‘사이다 김과장’을 못 보면 잠이 안 온다는 하소연이 귀에 콕콕 박히는 이라면, 이미 ‘대체불가’ 사이다 신(神) ‘김과장’의 진가를 알아본 거다.
‘김과장’이 시청자들에게 가장 큰 공감을 얻고 있는 부분은 답답한 현실 속에서 힘겹게 고군분투하는 ‘의인’이 아닌, 얼떨결에 ‘의인’이 된 탈세 전문 김과장이 약자의 편에 서서 인간을 위한 원칙과 상식을 지켜나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로의 이민을 꿈꾸며 ‘삥땅’ 한 방을 위해 TQ그룹에 들어온 남궁민이 팍팍한 노동현실과 불합리한 기업문화에 대항하며 진정한 의인이 되어가는 과정은 생각 이상으로 통쾌하다.
“노력하며 즐기는 천재” 김과장 주역 남궁민은 KBS의 ‘의인’으로 광폭 행진하며 단 4회 만에 SBS ‘사임당 빛의 일기’ 시청률을 이미 넘어섰다.
15일 7회 방송에서 22년 충성 바친 회사가 안긴 치욕에 자살 결심한 부장에게, “남의 돈 다 해 먹고 죄책감 하나 못 느끼는 그런 새끼들도 떵떵거리면서 잘 살고 있는데 왜!” 라는 말로 부장의 마음을 돌린 김과장. 그의 ‘사이다 행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16일 방송된 KBS 2TV ‘김과장’ 남궁민이 비겁한 회사를 향한 ‘개김의 위엄’을 발산하며, 통쾌한 ‘핵사이다 한판승’을 거뒀다. 김성룡은 “우리 회사 높은 인간들, 개기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사람을 무슨 무료 아이템 취급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궁민 때문에 웃고 또 웃는 시청자들은 연일 늘어나고 있는 중.
이날 8회 분은 시청률 17.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 또 다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최고 시청률인 지난 6회 분 16.7%보다 0.9% 포인트 상승, 지난 7회 분 16.1%보다는 1.5% 포인트 상승하면서 승승장구 ‘김과장 전성시대’의 저력을 뿜어냈다.
우리의 ‘김과장’은 부정이 만연하는 현실을 코믹한 해학으로 담아내고, 얼떨결에 ‘의인’이 된 후에는 적재적소에서 강력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일침을 선사한다. 정색하고 ‘정의’를 외치는 것이 아닌, 뺀질거리면서도 능글맞은 얼굴로 ‘툭 툭’ 던지는 한마디가 통쾌한 웃음과 잔잔한 여운을 안겨주고 있다. 위트 있는 박재범 작가의 필력과 (남.주기 아까운 궁.민. 배우)남궁민의 탄탄한 연기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
‘김과장’은 속물이라 정감가고, 이기주의라 현실적이다. 미워할 수 없는 화법에, 현실을 꿰뚫어보는 감각&재능까지 골고루 지닌 능력자 이다. 만화 같은 장면의 연속이지만, 그 속엔 블랙코미디 그 이상으로 서글픈 현실을 잠아내고 있다. ‘정의는 승리한다’는 구태의연한(?) 메시지를 ‘통쾌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설득력. 여기서 드라마 ‘김과장’이 선사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우리 이야기라는 공감대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주는 ‘김과장 신드롬’의 한 축에는 웹툰작가 ‘그림왕 양치기’ 양경수와 컬래버레이션한 독특한 웹툰이 있다. 양경수 작가의 웹툰이 ‘김과장’ 각 회의 중간과 엔딩장면을 톡톡 튀는 발상의 멘트와 함께 완성, 몰입도를 한껏 높이고 있는 것.
억울하게 당한 회사를 향해 강력한 복수 한방을 날려주는 ‘김과장’이 우리 회사에도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발휘된 걸까. 수목 드라마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에서도 2주 연속 1위에 오르는 등 뜨거운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의 답답한 삶을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삥땅 한 방+진심어린 일갈의 환상 조합이 돋보이는 ‘비법 소스’를 제대로 버무린 드라마 ‘김과장’의 흥행 신드롬은 쉽사리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