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사건과 관련해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김정남살해’ 해시태그 놀이가 유행하고 있다. 김정남 사건에 대한 중국 정부당국의 조심스러운 태도와 달리 중국 네티즌들은 SNS를 통해 뉴스를 퍼나르고 각종 합성사진과 패러디글을 쏟아내며 엄청난 호기심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만들어진 ‘#김정남살해(金正男遇害)’ 이슈방은 17일 오후 2시 현재 1억건에 육박하는 9,574만3,000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패러디 등 관련 글에 댓글만 3만2,000개, 구독자 수도 1만7,000명에 이른다.
가장 ‘핫한’ 게시물은 사마천의 역사서 사기(史記)에서 제후들의 역사를 담은 세가(世家)편을 패러디한 ‘사기 김정남 세가’이다. 이 글은 김정남을 고려왕조의 세자로 김태조(김일성)의 장손이자 태종(김정일)의 장자로 칭하면서 김정남 일대기로 각색했다.
‘사기 김정남’을 보면 “정남은 어려서 유럽을 돌며 모스크바, 프랑스에서 유학한 뒤 고려 개혁과 부민강국의 뜻을 세웠고 태종 13년에 귀국하자 태종이 기뻐해 인민군 대장군에 봉해졌다”고 썼다. 그러면서 김정남의 삶을 “제왕의 가문에서 태어나 어렸을 적 장대한 뜻을 품었다가 중년에 뜻을 잃고 46세의 나이로 영웅의 죽음을 맞이했다”고 평했다.
퀴즈 형식의 게시물도 인기를 끌고 있다. ‘북한 사람 김정남이 마카오에서 거주하고 말레이시아에서 베트남 여성과 미얀마 출신의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에게 살해된 것이라면 가족들은 어디에서 민사소송을 걸어야 할까’라는 내용이다. 객관식으로 북한, 베트남, 말레이시아, 마카오, 미얀마, 인도네시아 6개 답안을 예시했다.
‘김정남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며 ‘돈을 입금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이스피싱 패러디 글도 눈에 띈다. “나는 김정은의 형 김정남인데 현재 모두가 내가 살해됐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내 은행계좌에 5,000위안만 입금하면 앞으로 군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뒤 당신을 조선의 3군 대장군에 봉하겠다”고 썼다.
중국 네티즌들은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지적하며 향후 북한 문제의 전개 방향에 큰 우려를 드러냈다. 한 네티즌은 “자기 형도 독살하고 고모부도 총살 처형하는 사람이 입만 열면 인민을 사랑한다고 외치고 있는데 대체 무엇을 믿겠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강신우PD se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