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17일 구속영장 청구 과정에서 안 전 수석 수첩의 중요도를 묻는 질문에 “상당히 중요한 자료 중 일부였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출근길에 만난 기자들에게도 “그게(안 전 수석의 수첩)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삼성 총수 구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수첩은 특검이 보완수사 과정에서 안 전 수석의 보좌관이었던 김모씨를 통해 입수한 39권이다. 기존에 확보하고 있던 17권과는 다르다. 이 수첩은 사초(史草)에 비견될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의 상세한 지시 내용이 담겨 있어 특검이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거래 정황을 파악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지난달 첫 구속영장 청구 때는 430억여원의 금품 제공 ‘대가’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특혜 정도로만 봤다. 하지만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확보하면서 대가성 판단 범위를 단순히 합병 건 하나가 아닌 경영권 승계 전반의 문제라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단순 합병 성사를 위해 대통령에게 수백억원대 자금을 줬다는 다소 느슨했던 고리를 순환출자 해소, 금융지주사 전환 등 경영승계 전반으로 확대하면서 보완한 것이다. 이 대변인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1·2·3차 독대가 이뤄졌고 그 사이 계속 금원이 조직적으로 전달됐다는 점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위기도 있었다. 안 전 수석이 해당 수첩을 “부정한 방법을 통해 입수했다”고 특검의 입수 경위를 문제 삼으면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특검은 “안 전 수석이 임의제출에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에 비춰 구속 사유가 인정된다”고 말해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거래관계가 비교적 상세히 소명된 점은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의 구속영장 기각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법원은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 역할 등에 비춰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 사장이 뇌물 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이 아니라 이 부회장의 지시에 따라 실무적 역할을 맡았을 뿐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