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인재 지켜라" IT기업 '사내복지' 경쟁

무기한 유급휴가… 사내 어린이집 확장… 안마 서비스…

IT 대기업·스타트업 구분 없이

우수인력 선점 위해 복지 확대

탄력근무·전직원 해외 워크샵도

“내일부터 2주간 쿠바로 휴가 갑니다.”

개인간 중고거래 스타트업 ‘헬로마켓’이 지난해 말 무기한 유급휴가 제도를 도입한 가운데 최근 직원들의 휴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 정보기술(IT) 기업들은 3년 혹은 5년 이상 장기간 근무한 직원들에게 한 달 가량 ‘안식 휴가’를 제공하고 있다.


헬로마켓은 여기서 더 나아가 연차에 상관없이 본인이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파격적인 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물론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으로서 쉬운 결정은 아니다. 하지만 막상 제도를 도입하고 보니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진민수 헬로마켓 마케팅팀장은 “기획팀의 한 직원이 2주간 동유럽 여행을 다녀온 직후 도서 뒷면의 바코드를 촬영해 자동으로 판매할 중고 책 정보를 올리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채택하기도 했다”며 “해당 직원이 조만간 휴가를 가지만 회사에서는 업무 공백에 대한 우려보다 직원의 만족도, 휴식 이후 창의적 아이디어 기대 등 실질적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IT 업계에서 사내 근로 복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업무의 특성상 야근이나 주말 근무가 잦은 상황에서 우수한 개발 인력을 경쟁사에 앞서 선점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분위기는 카카오 등 IT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에도 확산되며 저마다 차별화된 복지를 내세우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어린이집/사진제공=엔씨소프트엔씨소프트의 어린이집/사진제공=엔씨소프트




1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와 엔씨소프트가 사내 어린이집의 시설을 확대하는 데서 더 나아가 어린이집 국제 인증을 받으며 시설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정원 300명의 어린이를 수용할 수 있는 사내 어린이집 ‘늘예솔’을 확장 개원했다. 기존 정원 124명에서 두 배 이상 늘린 셈이다. 경기도 판교의 사무실 한 층을 아예 어린이집 공간으로 임대했다. 대부분 직원들의 연령대가 30대 초반인 만큼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시설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관련기사



카카오 외에 엔씨소프트 역시 판교 일대 개발자들이 부러워하는 ‘어린이집’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지난 3일 외국어 학습 부분에서 충분한 역량을 갖췄는지를 평가하는 ISO 29991와 어린이집의 교육 관리, 운영시스템 분야를 평가하는 ISO29990 등 국제표준화기구의 국제 인증 2종을 동시에 획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게임업체에 근무하는 정미진(가명) 씨는 “판교로 출퇴근하는 워킹맘 대부분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뉴스를 접할 때마다 ‘일을 계속 해야 하나’ 고민한다”며 “엔씨소프트처럼 시설이나 서비스가 우수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다면 이런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티맥스소프트에서 회사 내 마련한 마사지룸/사진제공=티맥스소프트티맥스소프트에서 회사 내 마련한 마사지룸/사진제공=티맥스소프트


오랜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을 해야 하는 소프트웨어(SW) 업체 중에서는 안마사를 채용, 직원들의 건강을 지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티맥스소프트는 3명의 마사지사가 회사에 상주하며 직원들의 뭉친 목이나 어깨 등을 풀어준다. 회사 측은 “최고의 복지를 제공해야 우수 연구인력이 모일 수 있는 만큼 1인 1실, 2인 1실의 개인 연구공간 외에 헬스장이나 당구장 등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운동 시설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IT 기업들이 사내 복지에 신경을 쓰는 배경에 대해 글로벌 기업과 한정된 우수 개발 인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능력 있는 개발자 한 명이 회사의 명운을 좌우할 정도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다 보니 새로운 인력을 계속 충원하는 동시에 기존 직원들의 퇴사율을 낮추는 게 매우 중요한 인사관리(HR) 포인트”라고 전했다. 넷마블게임즈은 개발팀 직원의 돌연사로 노동 인권 문제가 제기되자 주말근무, 야근 등을 없애고 탄력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전 직원을 데리고 해외로 워크샵을 가거나(게임사 ‘선데이토즈’) 월요일은 오후에 출근하는(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 등 파격적인 복지 제도를 운영하며 사기 진작에 힘쓰는 기업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넷마블 직원의 돌연사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자 3월부터 IT 업종 100여곳을 대상으로 노동관계법 위반에 대해 기획 감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김지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