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시장이 템플턴의 악몽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난해 템플턴발 ‘원화채권 엑소더스’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빠졌던 외국인의 원화채권 비중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1월부터 순매수 금액이 상환원리금을 앞서기 시작해 외국인 채권 투자 잔액도 다시 증가세를 나타냈고 템플턴도 다시 원화채권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경고로 추세가 완전히 변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13일 기준 외국인의 원화투자 잔액은 91조4,014억원으로 지난해 12월14일의 89조61억원 대비 2조3,900억원 증가했다. 템플턴 펀드의 통안채(통화안정증권) 투자 감소로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가 2개월 연속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특히 외국인은 내외 금리차 역전으로 투자 매력이 약화된 통안채보다 절대금리가 높은 중장기물 국고채 중심으로 투자가 증가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템플턴의 원화채권 매도는 외국인의 잔액을 90조원 밑으로 떨어뜨리며 채권시장에 위기감을 키웠다”며 “하지만 올 들어 중장기물 위주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시장은 안정세를 되찾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채권 시장의 큰손으로 지난해 시장을 패닉에 빠지게 한 프랭클린템플턴이 돌아오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1월 중 템플턴 펀드(룩셈부르크)는 수탁액이 2.5% 감소했음에도 중장기 국고채를 중심으로 원화채권의 투자 비중을 1.35% 늘렸다.
지난해 말 채권 시장은 매도 공세로 패닉에 빠졌다. 지난해 말 외국인 전체 원화채권 투자 잔액은 89조3,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2조원 줄었다. 이 기간 동안 템플턴 펀드의 원화채권 투자잔액은 11조8,000억원이나 감소했다. 템플턴의 엑소더스는 빠르게 퍼지며 태국 중앙은행 등 신흥국 중앙은행의 원화채권 전략을 수정하게 만들었다. 태국 중앙은행은 지난해 10월 중 1조원 수준의 원화채권을 순매도했고 뒤이어 말레이시아 중앙은행들이 원화채권을 매도했다.
상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정책 실망감에 따른 달러화 약세 전환, 신흥국 통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자금 유입 전환 등이 다시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를 유도했다. 여기다 더 이상 템플턴이 원화채권 시장에서 큰손 역할을 하지 않는 점이 오히려 시장에 긍정적이다. 최근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 중 템플턴 펀드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템플턴 펀드가 보유한 원화채권의 만기 도래 규모는 국고채 3,717억원, 통안채 7,676억원 등 모두 1조1,400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원리금 상환 규모인 22조1,000억원의 5%가량에 그친다. 특히 오는 3~7월 중에는 템플턴 펀드가 보유한 통안채 중 만기 도래 물량이 아예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