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현대백화점(069960) 압구정 본점 한섬 의류 ‘더 캐시미어’ 매장. 의류들 가운데 ‘발뮤다’의 공기청정기와 토스트 기기가 눈에 띄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옷 가게인데도 아프리카 장인들이 100% 핸드 메이드로 만들었다는 ‘텐시라’의 패브릭 세트와 쿠션, 덴마크 ‘하우스 닥터’의 욕실제품, 독일 키친웨어 전문 ‘라움게슈탈트’의 도마, 덴마크 ‘로젠달 타임피시스’의 벽시계 등의 제품도 둥지를 틀었다. 의류 매장인지 생활용품 매장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의류 매장에 침범한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대거 눈에 띄었다.
패션 브랜드가 라이프스타일 매장으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다. 킨포크라이프, 미니멀라이프, 휘게라이프 등 각종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조명받으면서 의류, 잡화와 리빙·생활소품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인테리어, 뷰티 등 특정 카테고리의 다양한 브랜드를 모아서 선보였던 기존 편집숍과 달리 패션을 뛰어넘어 브랜드 콘셉트가 비슷한 다양한 카테고리 제품을 한 곳에서 선보임으로써 한 자리에서 많은 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패션 불황을 뛰어넘는 자구책이다”고 말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한섬의 ‘더 캐시미어’는 의류 매장에 해외 유명 생활용품 브랜드를 들여와 ‘더 캐시미어 띵스’ 라인을 만들고 홈퍼시닝 분야를 추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전환했다. 이를 위해 압구정 본점과 목동점 매장 영업면적을 두 배 이상 늘렸고 해외 브랜드 40여 개, 총 300여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명품 편집숍 ‘분더샵’은 지난 14일 청담점을 리뉴얼 오픈하면서 의류에 치중하던 것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 소품을 크게 확대했다. 의류가 있던 1층 자리를 명품 스니커즈, LP판, CD콜렉션, 매거진과 북, 아이웨어, 식기, 화병, 이어폰, 애플워치, 향수, 캔들, 핸드백 등으로 채웠다.
크리스찬 디올은 이번 달 청담동 ‘하우스 오브 디올’에 아시아 처음으로 ‘홈 인테리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테이블웨어, 크리스탈글라스 웨어, 꽃병, 쿠션류 등 디올 특유의 감성을 담아낸 제품들로 눈길을 끌었다. 매장 관계자는 “최근 들어 가방이나 옷 보다 인테리어 제품을 1,000만원 이상 구비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는 소파를 넣은 에르메스 역시 담요, 쿠션, 타월은 물론 액자, 재떨이, 호두까기 기계, 휴지통까지 갖춰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뷰티 업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뷰티 제품에 국한했던 헬스 앤 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은 최근 캐릭터 상품, 애완용품, 인테리어용품, 운동기구, 패션잡화로까지 영역을 확대해 라이프스타일숍으로 갈아타는 모습이다.
라이프스타일존이 생긴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의 매출이 1년 만에 약 3배 이상 증가하자 홍대 중앙점은 SPA 의류브랜드 ‘LAP’를 처음 도입했고, 부산 광복점은 각종 패브릭 소품·인테리어 소품을 처음 선보이며 매출을 끌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