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사모 상품을 가장한 공모 상품으로 논란을 빚은 베트남 ‘랜드마크72’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판매한 미래에셋대우(옛 미래에셋증권)에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한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6월 해당 ABS를 15개의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쪼갠 뒤 각각의 SPC마다 투자자 49명 이하에게 파는 ‘꼼수판매’를 했다. 앞서 지난 1월 금융감독원은 해당 상품의 만기연장을 허용하지 않았다. ★본지 1월10일자 1·21면 참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는 20일 미래에셋대우가 지난해 ‘랜드마크72’ 빌딩 관련 ABS를 573명에게 발행하면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하는 안건을 심의했다. 과징금 20억원은 규정상 정해진 최고액이다. 자조심에서 과징금 20억원이 결정되면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정례회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금융당국은 다음 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기관조치와 임직원 징계도 결정할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6월 랜드마크72 빌딩의 투자금 4,000억원 중 선순위 대출 3,000억원을 기초자산으로 ABS를 발행해 투자자에게 판매했다. 모집 규모는 2,500억원, 최소 가입액은 2억원이었다. 상품은 판매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장기폐쇄형 상품이 주를 이루던 부동산 관련 금융상품과 달리 6개월 단위로 만기가 연장됐고 5%에 가까운 확정 배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특히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금융그룹이 투자은행과 자산관리(WM) 부문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상품으로 박현주 회장의 야심작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판매형태가 문제가 됐다. 미래에셋대우는 사모 상품임에도 15개의 SPC가 ABS를 인수한 뒤 각 SPC가 49명의 투자자를 모집했다. 결국 투자자 573명에게 사실상 공모형태로 ABS가 판매됐다. 50인 이상의 투자자를 모집하면 공모펀드로 분류돼 증권신고서 등 규제가 뒤따르는 만큼 SPC 1곳당 최대 인원인 49명 이하의 투자자를 모집해 사모를 가장한 공모판매를 한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다음 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기관조치와 임직원 징계도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대우는 “사모인지, 공모인지는 해석의 문제가 있는데 당시에는 사모라고 판단했다”며 “자조심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내리면 조치를 받아들이고 앞으로는 주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