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월급’인가요? ‘13월의 폭탄’인가요?
눈치채셨나요?
오늘은 세금을 납부하는 근로자라면 피해갈 수 없는 연말정산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정확히는 연말정산을 핑계(?)로 벌어지는 또 다른 잔혹사(직장 후배에게만)를 모아봤습니다.
(뭐 별 거 있겠어? 라는 생각으로 사례를 모으던 기자가 깜짝 놀랐다는 스포 아닌 스포를 살포시 얹어봅니다)
사실 13월의 월급이라는 수식어는 빛을 바랜 지 오래입니다.
부양가족 공제, 의료비 신공 등으로 과거 많게는 백 만원 이상 13월의 보너스를 챙기던 직장인들은 씀씀이가 늘었는데도 세금 환급액이 반 토막 난 경우가 많죠.
‘0’이면 선방했다고 할 정도로 수십 만원씩 세금을 토해내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성실하게 납세의 의무를 이행해 왔는데 또 세금을 내라니 환장할 노릇이지만 어쩌겠습니까.
‘다시는 세금을 토해내지 않으리라’ 이를 갈며 연초부터 소득공제에 유리한 금융상품으로 갈아타는 등 ‘세테크’에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요.
연말정산이 코 앞으로 다가온 11월부터 토해내느냐 환급 받느냐가 결정 되는 2월까지 비슷한 절세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법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있습니다.
13월의 월급을 원한다면 일단 돈을 많이 써야 된다는 거죠.
이런 뻔~~~한 공식을 왜 ‘그분들’만 모르는 걸까요?
# 직장인 A(가명, 29)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한 팀에서 근무하는 C차장이 A씨를 볼 때마다 ‘한 턱 쏘라’며 압박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A씨의 연말정산 환급액을 어쩌다(?) 알게 된 C차장은 “외벌이 가장인 나보다 미혼인 A씨가 더 많이 받는다”며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더니 급기야는 이런 망언까지 늘어놓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C차장 : “A씨 공짜 돈도 생겼는데 한 턱 쏴야지”
A씨는 “C차장이 남의 인생에 쓸데없는 관심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사생활 침해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토로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가며 ‘한 턱 쏘라’고 하는 건 웃어넘긴다고 쳐도 ‘내가 받게 될 환급액’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건 소름 끼치는 일 아닌가요” A씨는 분개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총무부와 유독 친한 C차장은 (부서 내에서) 누가 얼마를 토해내고 누가 얼마를 받게 되는지를 직접 문의했다고 합니다.
C차장이 물어봤다는 사실 만큼이나 알려준다는 사실도 믿기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정색하고 고소한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참고 있기도 뭐하고 A씨는 ‘쓸데없는’ 스트레스가 또 늘었다고 호소합니다.
여기 믿기 힘든 연말정산 잔혹사가 하나 더 있습니다.
# 주인공은 부장님의 연말정산을 대신 처리한 P대리.
80대 노인도 컴퓨터, 스마트폰에 익숙한 시대에 시대의 흐름을 굳이 거스르는 K부장님 ‘덕분’입니다.
K부장님은 문맹만큼 찾아보기 힘들다는 컴맹입니다.
그에게 컴퓨터는 인터넷 검색 이상 이하도 아니죠.
보고서 작성이라곤 없는 업무(일종의 현장직에 가깝습니다, 신상 보호를 위해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ㅋㅋ)의 특성 때문인데요.
자세히 살펴보면 컴퓨터를 배울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해 줄 인적 인프라가 매우 잘 구축되어 있으니까요.
네, 바로 P대리죠.
P대리는 작년부터 K부장님의 비서 아닌 비서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K부장님이 한 거라고는 은행에서 보안카드를 받아 온 것 뿐입니다.
P대리는 K부장님의 공인인증서를 직접 발급받고 (USB 챙기기 귀찮으실까봐 하드디스크에 저장했다고 합니다) 국세청 사이트에서 간소화 자료를 내려받았습니다.
P대리의 친절한 연말정산 대리 서비스는 2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P대리는 말합니다. 내가 이러려고 회사에 들어왔나 자괴감이 든다고요.
1년간 열심히 벌어서 얼마나 썼는지 얼마나 돌려받는지 (정확히는 세금이지만) 그게 대체 왜 궁금한 걸까요.
환급 비법이 궁금하세요? 그렇다면 제발 묻지 말고 기사를 검색해보세요.
직장 후배에게 그보다 더 자세하고 완벽한 설명을 기대하지 마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