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귀순한 태영호(사진)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북한의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외부활동을 잠정 중단해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해 여름 한국에 입국한 태 전 공사는 연말부터 인터뷰와 강연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했지만 정보 당국은 신변 노출에 따른 암살 위험이 있다는 판단을 보였다.
21일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지난 13일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남 피살 사건을 계기로 태 전 공사가 ‘다음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신변 보호를 위해 외부 강연이나 인터뷰 등 공식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 당국자는 “기존에 잡힌 공식 외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태 전 공사가 희망하는 미국 방문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태 전 공사는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와 싱크탱크 전문가들을 상대로 북한의 실태를 증언하고 김정은 정권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태 전 공사는 미국 CBS 방송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김정은이) 당신을 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냐”고 묻자 “물론이다. 왜 아니겠냐”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최근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15일 탈북민을 암살하기 위해 현재 2명의 남성이 국내에 잠입했으며 태 전 공사가 1순위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김정남 암살 사건 직후 태 전 공사 등 주요 탈북 인사의 밀착경호 인력을 대폭 늘린 상황이다. 탈북민의 남한 정착을 지원하는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은 탈북민들에게 신변 안전에 유의할 것을 강조했다. 앞서 한국으로 망명한 김정일의 처조카인 이한영 씨는 1997년 2월 경기 성남시 분당의 자택 앞에서 북한 공작원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2010년에는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기 위해 남파된 간첩이 붙잡혔고, 2011년에는 탈북민으로 위장한 간첩이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을 날린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에게 독침 테러를 기도하다가 체포됐다.
[사진=뉴스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