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체인저냐 불쏘시개냐.’
‘벚꽃대선’이 가시화하면서 대선 판도를 뒤흔들 외부 변수에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보수의 희망으로 떠오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외에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홍준표 경남지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지각변동의 ‘키(key)’를 쥔 핵심 플레이어로 지목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거취와 대선 출마 등에 대한 3인의 선택지와 그에 따른 대권 구도의 향배를 알아봤다.
■김종인 전 대표
민주당 내 비주류의 구심점인 김종인 전 대표는 21일 4박5일간의 독일 방문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가 이날 탈당 여부와 향후 정치행보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속 시원한 얘기를 털어놓지는 않았다. 그는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탈당 여부는) 내가 알아서 판단할 테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며 “상황이 복잡해 미리 얘기하기 힘들다”고 말을 아꼈다.
김 전 대표가 명확한 거취 표명을 계속 미루면서 야권 안팎에서는 그가 ‘중대 결심’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당내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꺾기는 쉽지 않은 만큼 ‘잔류 후 안 지사 캠프 합류’보다는 탈당을 통한 새로운 길 개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가 실제로 탈당을 결행한다면 그에게 놓인 선택지는 두 가지다. 우선 개헌을 매개로 한 ‘빅텐트’ 구축이다. 김 전 대표가 제3지대 인사로 분류되는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과 이르면 22일 회동해 빅텐트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가 탈당 후 직접 대선 출마를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 경우에도 김 전 대표는 제3지대에서의 세(勢) 규합과 연대를 통해 ‘지지율 불리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경남지사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됐다가 최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극적으로 회생한 홍준표 지사의 행보도 차기 대선의 주요 변수다. 홍 지사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경우 다소 김이 빠진 보수 진영의 경선 레이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서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를 의식한 듯 홍 지사도 23~24일 영남권에서 강연정치를 재개하며 본격적인 워밍업에 나선다.
현재로서는 그가 자유한국당의 당적을 유지한 채 경선에 나선 뒤 장기적으로 바른정당 후보와 보수 단일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홍 지사는 지난 16일 무죄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국당은) 보수 우파의 본산이었고 박근혜 사당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떠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친박계를 향해 ‘양아치’라는 표현을 쓰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홍 지사가 바른정당에 새 둥지를 틀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정운찬 전 총리
제3지대 인사로 꾸준히 거론돼온 정운찬 전 총리는 당분간 기존 정당 바깥에서 독자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앞서 정 전 총리가 지난달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때만 해도 정치권에서는 그가 국민의당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정 전 총리와 국민의당 지도부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다소 문제가 생기면서 정 전 총리의 행보에도 변수가 생겼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지금 입당하면 불쏘시개 역할밖에 못하는 만큼 우선 힘을 키울 것”이라며 “대통령 탄핵 결정을 전후해 어느 정당이든 입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전 총리와 국민의당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정 전 총리가 바른정당 경선에 합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정 전 총리 측은 바른정당 인사와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연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윤석·박효정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