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핵심 수급 주체인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 개선에 힘입어 1년 7개월여 만에 장중 2,100선을 넘어섰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 하락 호재에도 일일 변동폭 확대에 국내 주식을 내다 팔았던 외국인은 이달 중순을 기해 순매수로 돌아섰고 기관도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리는 연기금을 앞세워 매수를 확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말 배당 투자 이후 빠져나갔던 자금들이 상장사들의 실적 기대감과 글로벌 경제의 회복에 다시 유입되며 시장 상승세를 이끈 것으로 분석했다. 탄탄한 실적과 수급을 바탕으로 올 상반기 중에 역대 최고치(2,216포인트)를 경신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코스피지수는 21일 전날보다 0.89%(18.54포인트) 오른 2,102.93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2,100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15년 7월3일(2,104.41포인트)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먼저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의 매매 패턴 변화가 눈에 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213억원을 사들이며 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이달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원·달러 환율 하락 호재에도 오히려 국내 주식을 내다 팔 던 것에 비하면 극적인 변화다. 환율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은 지난주 1년 이하 단기원화채권을 1조원 이상 사들이며 ‘원화 강세’에 베팅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2월은 연말 배당을 노리고 유입된 자금이 빠져나가는 계절적 특성이 있고 삼성전자(005930)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까지 가동되면서 늘었던 외국인의 순매도가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기업들의 실적이 탄탄한 상황에서 원화 강세에 베팅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순매수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자금흐름도 외국인 매수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투자자금 조사업체인 미국 EPFR글로벌에 따르면 신흥국 주식펀드에는 이달 중순까지 6주째 순유입이 이어져 2년 반만의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연초부터 신흥국 시장에는 약 150억달러(약 17조2,260억원)가 들어왔다.
연기금도 시장에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연기금은 지난 6일부터 12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는데 대형주·중형주의 매수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이달 말 전주 이전을 앞두고 공격적인 투자는 자제하고 코스피200 편입 비중에 맞춰 기계적으로 자금을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이 계속 받쳐주면 올 상반기 중에 코스피가 지난 2011년 4월5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2,216포인트)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달성한 상장사들의 실적이 올해 또다시 큰 폭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의 연간 순이익은 103조8,000억원으로 사상 첫 100조원 돌파가 유력하고 올해에는 125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000660)·LG디스플레이(034220) 등 IT주들이 이달 들어 단기 조정을 겪으며 지수 추가 상승 여력을 확보한 것도 긍정적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의 경기가 수출을 중심으로 살아나고 기업들의 실적은 탄탄하다”며 “코스피가 2,100선 위에 있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증시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시장 환경은 매우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기업들의 이익 증가분이 아직 반영되지 못했다“며 ”기업 이익에 대한 신뢰도가 확인되면 지수는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22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록 공개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일정 등 향후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만한 변수가 남아 있어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민우·이경운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