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영화

[개봉영화] 싱글라이더·루시드 드림·23 아이덴티티·핵소 고지·문라이트·존 윅 리로드·미인어

2월 22일은 한국영화 화제작인 ‘싱글라이더’와 ‘루시드 드림’부터 해외에서 호평받은 ‘23 아이덴티티’, ‘존 윅 - 리로드’, ‘미인어’ 등 다양한 장르영화, 그리고 아카데미시상식을 겨냥한 ‘핵소 고지’와 ‘문라이트’ 등 많은 영화들이 개봉한다. 2월 22일이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에 영화티켓을 할인받을 수 있는 ‘문화의 날’이기에 그만큼 많은 영화들이 개봉하는 것. 관객 입장에서는 ‘문화의 날’에 어떤 영화를 즐길 지 다양한 고민을 할 수 있어 행복한 한 주가 될 것이다.

■ 싱글라이더(A single rider)






감독 : 이주영

출연 : 이병헌, 공효진, 안소희

상영시간 : 97분

증권회사의 지점장 강재훈(이병헌 분)은 가족마저도 미래를 위한 성공의 도구로 삼아 호주로 유학을 보내는 등 오로지 성공만 바라보며 살아왔다. 하지만 부실채권 사건으로 결국 굴러떨어지게 된 재훈은 한국생활을 정리하고 아내 수진(공효진 분)과 아들이 사는 호주로 건너가지만, 그 곳에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아내 수진의 모습을 보고는 더 이상 다가서지 못한다.

신예 이주영 감독의 데뷔작 ‘싱글라이더’는 정말 운이 좋은 영화다. 시나리오 개발 과정에서 한국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인 이창동 감독에게 직접 사사를 받았고, 영화 제작 단계에서는 세계적인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가 직접 제작비를 대고 배급을 맡았다. 하지만 ‘싱글라이더’의 이런 기적은 우연이 아니라 이주영 감독이 만들어낸 이야기의 탁월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주영 감독은 ‘싱글라이더’를 통해 성공만 바라보고 달리던 기러기 아빠 재훈(이병헌 분)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정말 처절할 정도로 자세하게 들여다본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잊기 힘들 정도로 격렬한 감정의 파고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 루시드 드림(Lucid Dream)





감독 : 김준성

출연 : 고수, 설경구, 강혜정, 박유천

상영시간 : 101분

대기업 비리 고발 전문기자 대호(고수 분)는 3년 전 아들과 놀이동산에 갔다가 아들이 납치당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이후로도 3년 동안 아들을 찾아 다니던 대호는 ‘자각몽’인 ‘루시드 드림’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되짚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친구이자 ‘루시드 드림’ 연구의 권위자인 소현(강혜정 분)을 찾아가 ‘루시드 드림’을 통해 아들을 납치한 범인의 단서를 찾아나서기 시작한다.

영화 ‘루시드 드림’은 좋은 소재를 영화가 따라가지 못한 전형적인 케이스다. 일명 ‘자각몽’이라 할 수 있는 ‘루시드 드림’을 통해 과거 자신이 놓친 기억을 되짚다는 설정은 매우 흥미롭지만, 정작 김준성 감독은 ‘루시드 드림’이라는 소재가 가지고 있는 진짜 가능성을 눈치채지 못한다.

영화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지만, 관객들이 보기에는 꽉 짜여진 스릴러 구조가 제법 충실하게 보는 맛을 자극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전을 위한 반전에 지나치게 치중한 것이 아니냐는 아쉬움도 있지만 고수와 설경구 등 배우들의 열연과 긴장감 넘치는 사건의 연속이 이런 아쉬움을 달래준다.

■ 23 아이덴티티(Split)





감독 : M.나이트 샤말란

출연 : 제임스 맥어보이, 안야 테일러 조이, 헤일리 루 리차드슨, 베티 버클리

상영시간 : 117분

23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 ‘케빈’(제임스 맥어보이)은 지금까지 등장한 적 없는 24번째 인격의 지시로 3명의 소녀들을 납치하고 오래도록 계획했던 비밀스러운 일을 꾸민다. 소녀들은 케빈이 다중인격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를 이용해 도망치려 하고, 한편으로 케빈은 유일하게 자신의 다중인격을 이해하는 플레처 박사(베티 버클리 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1999년 ‘식스 센스’ 이후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21세기 할리우드를 이끌어갈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이후에도 ‘싸인’이나 ‘빌리지’처럼 반전에 집착하는 영화들을 연거푸 만들며 스스로 실패의 길로 접어들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에게 ‘식스 센스’ 이후 처음으로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라는 선물을 안겨준 ‘23 아이덴티티’는 반전 없이 다중인격을 소재로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이끄는 장인 M. 나이트 샤말란의 솜씨가 느껴지는 걸작이다. 제임스 맥어보이의 다중인격 연기도, 안야 테일러 조이의 신비로운 눈동자도 기억에 남지만, 역시 최고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 핵소 고지(Hacksaw Ridge)





감독 : 멜 깁슨

출연 : 앤드류 가필드, 샘 워싱턴, 휴고 위빙, 테레사 팔머, 빈스 본

상영시간 : 139분


비폭력주의자인 도스(앤드류 가필드 분)는 전쟁으로부터 조국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지 않아도 되는 의무병으로 육군에 자진 입대한다. 종교적 신념에 따라 총을 들 수 없다는 이유로 필수 훈련 중 하나인 총기 훈련 마저 거부한 도스는 동료 병사들과 군 전체의 비난과 조롱을 받게 된다. 도스는 결국 군사재판까지 받게 되지만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고, 군 상부는 이런 도스에게 태평양 전쟁의 오키나와 전투에 총기 없이 의무병으로 참전할 것을 허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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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소 고지’는 멜 깁슨이 출연이 아닌 연출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이 가는 영화다. 멜 깁슨은 물론 배우로 유명하긴 하지만 ‘브레이브 하트’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고, 이후에도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아포칼립토’ 등 영화 연출로도 이미 일가를 이룬 감독임을 증명한 바 있다.

‘핵소 고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일본의 태평양 전쟁 중에서도 가장 격렬했던 오키나와 전투에서의 믿기 힘든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종교적 신념에 따라 집총을 거부한 군인이 전쟁터에서 총도 들지 않고 수많은 동료를 구해낸 이 기적같은 실화와 거장 멜 깁슨 감독의 만남이라니. 벌써부터 남다른 기대가 꿈틀거린다.

■ 문라이트(Moonlight)





감독 : 배리 젠킨스

출연 : 마허샬라 알리, 나오미 해리스, 알렉스 히버트, 애쉬튼 샌더스

상영시간 : 111분

마이애미에서 태어난 한 흑인아이는 소년이 되고 청년으로 성장해가면서 자신의 새로운 성 정체성에 대해 눈 뜨고, 푸르도록 치명적인 사랑을 경험하게 된다.

‘문라이트’는 제89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라라랜드’의 독주를 저지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작 중 하나다. ‘라라랜드’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남녀주연상을 휩쓴 사이, ‘문라이트’는 ‘핵소 고지’ 등 쟁쟁한 작품을 누르고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신예 배리 젠킨스 감독의 시선은 놀랍도록 경이적이고 진지하다. 하지만 흑인에 동성애라는 지극히 마이너한 소재라는 점이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 수상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높다. 한국에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소재라는 점에서, 영화의 작품성과 완성도만큼 국내에서는 화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 존 윅 : 리로드(John Wick Chapter Two)





감독 : 데이빗 레이치, 채드 스타헬스키

출연 : 키아누 리브스, 브리짓 모이나한, 루비 로즈

상영시간 : 122분

업계 최고의 레전드 킬러 ‘존 윅’은 과거를 뒤로한 채 은퇴를 선언하지만, 과거 자신의 목숨을 구했던 옛 동료와 피로 맺은 암살자들의 룰에 의해 로마로 향한다. ‘국제 암살자 연합’을 탈취하려는 옛 동료의 계획으로 ‘존 윅’은 함정에 빠지게 되고, 전세계 암살자들의 총구는 그를 향하게 된다.

2015년 개봉한 ‘존 윅’은 액션신의 연출이 인상적이긴 했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2년 만에 돌아온 속편 ‘존 윅 : 리로드’는 속편은 전편보다 못하다는 통념을 무너트리고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존 윅 : 리로드’는 액션신의 연출이 예술의 경지에 접어든다. 오로지 액션만으로도 ‘존 윅 : 리로드’를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할 정도. 여기에 키아누 리브스는 특유의 매력으로 ‘존 윅’이라는 캐릭터를 살려낸다. ‘본 시리즈’와 ‘테이큰’에 이어 할리우드가 주목할 또 하나의 리얼 액션 블록버스터 시리즈의 탄생이다.

■ 미인어(美人魚)





감독 : 주성치

출연 : 덩차오, 임윤, 나지상

상영시간 : 100분

아직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청정지역 ‘청라만’에 인간 몰래 살고있는 인어들. 돈 밖에 모르는 젊은 부동산 재벌가 류헌(덩차오 분)은 름다운 이 곳에 무분별한 개발을 하려 하고, 생존에 위협을 느낀 인어들은 가장 예쁜 인어 산산(임윤 분)을 육지로 보내 미인계로 접근시킨 후 류헌을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된 류헌과 산산은 어느새 너무나 다른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미인어’는 주성치가 연출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비록 주성치가 직접 배우로 출연을 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진한 아쉬움이 남지만, 주성치의 똘끼는 연출만으로도 충분히 발휘된다.

‘미인어’는 전지현과 이민호 주연의 ‘푸른 바다의 전설’을 주성치 스타일로 풀어내면 이렇게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물씬 들 정도로 코믹하고 엽기적이다. CG가 다소 어색하긴 하지만 인어들을 포획해 연구하려는 인간의 탐욕과 인어군단의 박진감 넘치는 대결신도 홍콩 무협영화의 흔적을 떠올리게 한다.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원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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