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이병헌 "시나리오 읽고 내 모습 오버랩…완벽한 보물 발견한 것 같았죠"

영화 '싱글 라이더'서 기러기 아빠 강재훈役



영화 ‘내부자들(2015)’의 조직폭력배 안상구, ‘마스터(2016)’의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 회장 등 최근 센 캐릭터를 주로 선보이며 관객들을 사로잡은 배우 이병헌(47·사진). 그러나 2000년대 중반까지 그는 멜로가 필모그래피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감성 배우’였다. 애틋한 사랑을 절절하게 표현하는 서인우(‘번지 점프를 하다’)와 윤석영(‘그해 여름’)을 닮은 ‘싱글 라이더’의 강재혁으로 돌아온 그를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들이 삶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 나도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싱글 라이더’는 증권사 지점장이자 기러기 아빠 재훈이 부실 채권 판매로 자신은 물론 고객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잠적한 이후 가족, 사랑, 삶의 의미에 대해 깨닫게 되는 작품으로 연기 생활 27녀 차에 배우로 성공한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됐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쓸쓸하고 허무한 분위기가 영화 전체를 멤돌았다”며 “감성을 따라가면서 연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시나리오를 봤을 때, 고칠 것 하나 없이 완벽한 보물을 발견한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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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올라갈 때 보지 못하고 내려올 때 보게 되는 꽃’일까. 실패한 재훈은 아내와 아들이 있는 호주 집으로 가지만 그들을 바라보기만 할 뿐 선뜻 다가가지 못한다. 이 때문에 대사보다는 눈빛으로 말하는 연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재훈은 이웃집 남자와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는 낯선 아내의 모습을 보고도 물끄러미 바라만 볼뿐 분노하지도 못하고 돌아서요. 시나리오를 통해 읽은 재훈의 감정을 눈빛과 몸의 움직임으로 표현하려고 했는데, 관객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해요.”

호주 현지 촬영이 대부분이었던 탓에 그는 본의 아니게 영화 속 재훈처럼 현실에서는 잠깐 ‘기러기 생활’을 해야 했다. 그동안 광고 촬영차 호주를 수십 번 방문했지만 여유를 갖고 머물렀던 건 이번이 처음이라 감회도 남달랐다. “호주랑 한국이랑 시차가 1시간밖에 안 나고 자연광이 워낙 좋아 광고 촬영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런데 늘 촬영하고 곧바로 돌아가서 호주를 즐길 기회가 없었어요. 이번에 오페라하우스 내부에 처음 들어가 봤고, 하버 브리지도 처음 걸어왔어요.”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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