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성과없는 동상이몽 개헌론] 국가미래 안중에도 없고 이해타산 셈법만

한국당, 낮은 지지율 돌파구로 "대선 전에"

바른정당, 정국 주도권 노려 개헌론 가세

국민의당, 개헌안 고리로 '빅텐트' 겨냥

민주당, 대세론 앞세워 "대선 후에 개헌"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개헌론이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여야 3당이 앞다퉈 자체 개헌안을 내놓고 개헌 연대를 구축하는 등 ‘대선 전 개헌론’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모양새다. 하지만 각 정당은 물론 대선주자별로도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복잡한 셈법 속에 개헌안의 내용과 시기를 놓고 서로 다른 해법을 주장하면서 국가의 미래를 그려야 할 개헌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유한국당


현재 여야 4당 가운데 개헌에 가장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곳은 집권여당인 자유한국당이다. 탄핵정국으로 수세에 몰린 여당으로서는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개헌이야말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한국당의 개헌론은 무엇보다도 ‘대선 전 개헌’이라는 시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인명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대선 전 개헌을 하면 지금의 낮은 지지율도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한 것도 개헌을 무기로 정국 주도권을 되찾고 대선판도를 흔들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한국당은 23일 의원총회를 열고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 투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자체 개헌안을 마련키로 의견을 모았다. 한국당의 개헌안은 대통령을 직선제로 뽑는 대신 외교와 국방 등 외치 권한만 부여하고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내치를 맡는 오스트리아식 ‘국민직선분권형 대통령제’를 추구한다. 대신 개헌시기는 대선 전으로 못 박았다.

■바른정당


바른정당도 이날 의원총회를 통해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이원정부제 등을 포함한 자체 개헌안을 확정하며 대선 전 개헌론에 가세했다. 대선주자로 영입하려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 낙마로 동력이 급격히 떨어진 바른정당 입장에서는 한국당 못지않게 개헌을 통한 정국 주도권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통령이 외교·국방·통일 분야를 맡고 국회가 선출한 총리가 외치를 제외한 나머지를 관장하는 이원정부제를 추구하는 바른정당의 개헌안은 한국당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개헌 시기를 두고서는 이날 당론 채택 전까지 내부적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소속의원들을 상대로 한 내부 설문조사에서는 ‘대선 전에 개헌해야 한다(42.9%)’는 의견이 ‘2018년 지방선거 때 동시에 치르자(33.3%)’는 주장을 앞섰다. 하지만 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는 “대선 전 개헌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쳐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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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개헌을 고리로 반문재인 세력이 연대하는 ‘빅텐트’를 주창해온 국민의당은 가장 먼저 개헌안을 마련하며 대선 전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지난 17일 국민의당 소속 개헌특위 위원들이 발표한 개헌안은 국민 직선의 대통령과 국회 선출의 총리가 각각 외치와 내치를 나눠맡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지향하되 대통령의 임기는 6년 단임으로 못 박았다. 또 총리의 잦은 불신임에 따른 국정혼란을 막기 위한 ‘건설적 불신임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19대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해 오는 2020년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치르자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번 개헌안은 최종당론이 아닌 당 소속 개헌특위 위원들이 만든 것으로 당내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의 의견은 담기지 않았다. 손 전 대표는 독일식 책임총리에 의한 의원내각제를 주장하는 반면 안 전 대표는 “국민들이 대통령보다 국회를 더 신뢰하지 않는다”며 내각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최종 개헌안을 도출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탄핵정국 속에서 40%를 훌쩍 넘는 정당 지지도로 제1야당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개헌의 당위성은 동의하되 대선 전 개헌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조기 대선이 기정사실화돼가는 상황에서 민주당을 제외한 여야 3당이 대선 전 개헌론을 공론화해 대선 판도를 흔들려는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원내대표가 모여 조속히 단일개헌안을 만들기로 한 것에 대해 “제1야당을 빼놓고 개헌이 되느냐”며 “정략적이고 대선용”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목표로 차기 정부 출범 이후 국회 단일안을 만들자는 입장이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모두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개헌 시기는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당내 비문재인 진영을 중심으로 개헌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내 개헌파 의원 34명은 이날 워크숍을 열고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에게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물론 대선공약으로 개헌을 명시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비문 진영의 구심점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도 “지금 개헌과 관련해 당론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개헌을 질질 끌고 가는 모습은 온당치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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