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인사라고 해서 금융회사 감사나 사외이사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이들의 전문성을 고려하면 자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나 금융회사 노조 등이 때만 되면 낙하산 인사 반대로 몸살을 앓아온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최소 25명의 금융권 감사나 사외이사가 교체될 수밖에 없어 금융권이 또 한번 낙하산 논란으로 시끄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권 감사나 사외이사로 포진한 25명은 전부 옛 한나라당이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등 여권 인사들로 파악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여론조사로만 놓고 보면 정권교체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 감사나 사외이사들이 정치바람에 따라 대거 교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1년 이상 공석 상태인 감사직도 허다해 대선 결과에 따라서는 최소 25명에서 많게는 이보다 2~3배 더 많은 인사가 정치권의 줄을 타고 대거 금융회사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지배적인 주주가 없는 금융회사나 계열사들은 이 같은 외풍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어 금융권이 낙하산 인사로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워치독(감시견)’ 역할을 해야 하는 감사나 사외이사들이 외풍을 탈 경우 노사 간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이로 인해 금융회사들은 본업보다 경영외적인 변수에 더 힘을 쏟아야 하는 비상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선 결과에 따라 이미 비어 있거나 정권과 입맛이 맞지 않은 인사들은 짐을 싸야 하고 그 자리는 새로운 정부에서 빚진 인사들로 물갈이될 것”이라며 “일부 기관은 미리 눈치를 보며 상임감사를 공석으로 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김보리·김흥록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