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최근 삼성전자와 손잡고 음성인식 송금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오는 4월 출시될 갤럭시S8에 관련 기능을 탑재해 음성 명령만으로도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자체적으로 간편송금 서비스를 개발한 은행들은 삼성전자에 송금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시중은행 등 대부분 은행들이 자체 간편송금 서비스를 개발해 출시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자칫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음성인식 송금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KB국민은행이나 IBK기업은행(024110)·NH농협은행 등의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당장은 스마트폰에 국한됐지만 나중에는 삼성전자의 모든 가전제품에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해 음성송금을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은행의 자체적인 애플리케이션을 고객들이 사용하겠느냐”고 반문했다. 1~2년 전부터 은행권에서는 계좌번호나 공인인증서 없이 휴대폰 번호 입력만으로도 손쉽게 송금이 가능한 간편송금 서비스를 개시했는데 이에 음성인식 기능까지 탑재한 더 간편한 서비스가 개발될 경우 고객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일부 은행들은 삼성전자의 음성인식 송금 서비스 개발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추진 경과를 봐가며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제는 은행들이 무조건 최첨단기술을 시장에 던져놓기보다 고객들이 써보고 ‘정말 좋다’고 느낄 만한 서비스를 신중하게 내놓을 때”라며 삼성전자와 신한·KEB하나은행 간 협력 진행상황을 봐가며 대응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부 은행들에서는 음성송금의 보안성 등을 이유로 참여를 주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미국에서 TV를 통해 나오는 소리를 듣고 음성인식으로 결제가 이뤄진 사례가 있었다”며 “아직 음성인식 송금은 보안성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금융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은행 차원에서 직접 개발에 참여하기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음성인식 기술이 개발 초기 단계인 만큼 은행이 유행처럼 몰려서 개발 경쟁을 벌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