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전 렌터카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후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지난 5년 렌터카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4%에 달한다. 지난해 말 렌터카 등록 대수는 63만8,000대로 택시 등록 대수의 곱절이 넘는다. 얼마 전만 해도 그저 제주도 여행할 때나 한 번쯤 타본 렌터카였는데, 지금은 서울에 돌아다니는 승용차 여섯 대 중 한 대가 렌터카다.
렌터카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시점은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 때였다. 공공기관 및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들이 차량 아웃소싱을 통한 편의성과 비용절감을 장점으로 장기렌터카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 기반이 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고, 소득 수준 향상과 개인여행의 선호도가 높아진 것, 주말 여가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된 것 또한 긍정적 요소다. 최근에는 장기렌터카의 편의성과 효익이 개인고객에게까지 전파되며 개인 장기렌터카 시장의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렌터카 시장은 자동차 전체 시장의 주요 수요처일 뿐만 아니라 중고차 유통 및 수출시장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큰 산업군으로 발돋움했다. 올해 시장 규모는 연간 6조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화를 공유하며 사용자와 해당 재화의 상호 효익을 극대화하는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제는 유명방송인이 된 전(前) 농구선수가 방송에서 “1990년대에는 차가 아무리 좋아도 ‘허’자 붙은 렌터카는 무시 받는 경향이 있었다”라는 얘기를 하는 것을 봤다. 최근에는 어딜 가든지 ‘허’ ‘하’ ‘호’자 번호판이 붙은 다양한 차종의 렌터카가 수두룩하다. 젊은 소비계층의 인식변화가 눈에 띈다. 더 이상은 자동차를 ‘소유해야 하는 품목’으로 인식하지 않고 ‘이용하는 재화’로 인식하고 있는 변화가 두드러진다.
한국의 렌터카 산업은 성장일로를 달려왔다. 시장의 성장과 경쟁의 격화가 동반되며 시장의 규모가 꾸준히 확대되는 전형적인 성장기의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현재 국내 렌터카 산업은 중요한 도전과 기회의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 전기차처럼 기존 차량을 대체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차량의 등장, 기존의 사용패턴을 완전히 뒤바꿀 기술인 자율주행차, 그리고 새로운 이용방식 플랫폼이 등장했다. 과거 삐삐라고 불리던 호출기가 핸드폰으로, 핸드폰이 스마트폰으로 대체될 당시의 충격만큼 큰 격변을 앞두고 있다. 한국 렌터카 산업은 이제 본격적으로 질적인 성장을 고민할 때다. 전체 자동차 산업, 그리고 소비자 이용 패턴 전반에 걸친 변화와 혁신의 과정을 두 번째 도약의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차를 빌리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의 임대산업이 아니라 미래의 이동수단과 고객의 사용패턴, 그리고 운전하는 방법까지 고려해 고객의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야 한다. 고객의 편의와 경제적 효익, 그리고 차량운행의 감소에 의한 쾌적한 환경의 조성에까지 일조할 수 있는 사회적 효용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업계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다.
윤규선 AJ렌터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