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서져 버릴 것 같아 무서워요.”
정신과 의사인 하지현 박사는 최근 들어 진료실에서 환자들로부터 이런 얘기를 자주 듣는다. 평소에 병을 자주 앓던 약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 이들이 존재론적 불안에 시달리는 이유는, 개인이 나약하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고, 마음의 문제와 해결책을 모두 개인에게서만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그는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에서 개인이 아닌 우리에 집중하며 불안감 속에 살고 있는 한국인의 마음을 진단하고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거식증과 폭식증. 두 가지 식이장애는 여성의 이상적인 신체 이미지와 날씬한 몸매에 대한 사회적 강박에 개인이 과잉적응하거나 적응하는 데 실패한 결과다. 이는 정신 병리가 사회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음을 뜻한다. 그럼에도 모든 문제를 바라보는 중심축은 개인을 향한다. 그러면서 개인이 가지고 있는 불안함 심리상태의 해결책으로 내면의 성찰과 자기반성 등을 제시하는 식이다. 이를 두고 저자는 “문제의 원인을 사회에서 찾지 않고 모든 것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신자유주의의 책략이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몸과 마음, 사회와 개인을 분리하고 대립시키는 이원론적 사고와 한쪽으로 치우치는 불균형은 취약한 개인에게 위험을 불러오게 하며, 그 결과로 지금 한국인의 마음은 너무도 위험한 상태에 있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개인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더 나은 삶을 위한 해법이 있을까. 저자는 두 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자신을 병적인 대상으로 규정하는 심리화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우자고 권한다. 그렇게 넓어진 ‘정상성의 틀’ 안에 자신을 배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다양성을 옹호하고 사회적 연결망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복구시키며 직업이 아니라 일을 찾는 노력을 통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끔 서로 돕자고 청한다.
“이제 나 한 사람의 생존 능력을 극대화 시키고 자아를 완벽하게 발달시키겠다는 욕망이 의미 없음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나 하나 살아남는다고, 더 강해져서 옆 사람을 누른다고, 영속하는 행복은 오지 않는다. 완벽할 필요가 없음을, 이길 필요 없음을, 욕망의 적정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생존에 위협이 되지 않음을 깨닫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