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거대기업 간 ‘비밀정보 절도’ 관련 소송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사업인 웨이모(Waymo)가 우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자사의 자율주행차 기술을 우버가 훔쳤다는 이유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웨이모는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차량호출 업체 우버가 지난해 인수한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 오토(Otto)의 임직원 여러명이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에서 일할 때 기술을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알파벳 자율주행차 사업부의 매니저 출신으로 오토를 창업한 앤서니 레반다우스키는 알파벳을 그만두기 전에 14만개의 기밀 파일을 내려받았다. 이 가운데는 알파벳 자율주행차 기술의 핵심인 라이더(LIDAR·레이저 광선을 이용한 스캐너)도 포함돼 있다. 라이더는 레이저 빔을 주변 물체에 보내 반사 시간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의 형태와 속도, 움직임 등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웨이모 측은 “웨이모의 이 기술을 유용하는 것은 음료 회사에서 맛을 내는 비법을 훔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레반다우스키는 알파벳을 떠나 지난해 5월 오토를 설립했다. 반년 뒤 우버는 오토를 6억8,000만 달러(7,700억원)에 인수했으며 레반다우스키는 우버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맡는 부사장이 됐다.
웨이모는 사업비밀을 도둑맞고 특허를 침해당했다는 사실을 뜻밖의 이메일을 통해 알았다고 했다. 한 라이더 공급업체가 부주의로 우버의 라이더 회로판으로 보이는 도면을 웨이모 직원에게 보냈는데 설계가 웨이모의 것과 매우 비슷했다는 것이다.
웨이모는 레반다우스키가 회사를 그만두기 6주 전에 웨이모의 라이더와 회로판을 포함한 다양한 하드웨어 시스템에 관한 파일을 내려받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회사 노트북에 특수 소프트웨어를 깔아 설계 서버에 접속했고 청사진과 설계 파일, 테스트 서류 등을 포함한 9.7GB의 파일을 받고는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노트북을 다시 포맷했다는 것이 웨이보의 설명이다.
웨이모는 또 레반다우스키가 사업비밀과 지적재산권을 훔친 것은 계획적이었다면서 그가 동료에게 웨이모의 기술을 경쟁 기업에서 똑같이 쓸 계획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으로 알파벳과 우버의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알파벳의 벤처 캐피털 부문인 GV는 우버의 초기 투자자다. 알파벳은 출퇴근길 카풀 서비스 웨이즈로 우버를 위협하고 있다.
한편 테슬라도 지난달 자율주행 프로그램 오토파일럿을 이끌었던 스털링 앤더슨을 비밀정보 절도 혐의로 제소했다. 테슬라는 앤더슨이 구글의 자동차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유명 엔지니어 크리스 엄슨과 손잡고 자율주행차 벤처 오로라 이노베이션을 세웠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