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더 얄팍해진 서민들 지갑...금융위기 때보다 나쁘다

월소득 1년전보다 0.6%↑

실질소득 7년만에 뒷걸음

가계지출 통계후 첫 감소

빈부격차 정도 알 수 있는

5분위 배율 3년만에 최고









지난해 가구소득·소비·분배지표가 모두 금융위기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가계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사상 처음으로 뒷걸음질쳤다. 세금·보험료 등을 빼고 가구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 가운데 실제 소비지출 비중을 뜻하는 평균소비성향은 5년 연속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더욱이 지난 2008년을 정점으로 약화한 소득 양극화 현상은 저소득층의 소득이 역대 최대폭으로 추락하면서 빈부격차가 다시 벌어지기 시작했다. 월급봉투가 두꺼워진 고소득층은 지출을 다소 늘렸지만 저소득층은 얇아진 월급봉투에 지갑을 닫았다.

이 때문인지 일부에서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지금의 경제불황이 더 심각하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IMF나 금융위기 같은 단기적인 이벤트로 파생된 위기는 핵심적인 사태만 해결되면 의외로 빨리 경기가 반등했고 실제로도 그랬다”며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불황은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있고 타개책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16년 가계동향을 보면 가계 살림을 나타내는 지표는 어둡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9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0.6% 느는 데 그쳤다. 소득 증가율이 0%대로 떨어진 것은 통계가 집계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에도 가계소득은 1.2% 늘었다. 더욱이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0.4%로 뒷걸음질쳤다. 물가가 오른 것을 고려하면 국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수입은 줄어든 것인데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은 7년 만이다. 사업소득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소득지표가 악화됐다. 가구 소득 중 비중이 가장 큰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가구당 월평균 근로소득은 294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1.0% 늘어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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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은 경기침체의 타격을 강하게 받았다. 2016년 최하위 소득층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44만7,000원으로 전년보다 5.6%나 떨어졌다. ‘지갑을 닫았다’는 것도 통계로 입증됐다. 지난해 가구에서 한 달 평균 쓴 돈은 255만원으로 1년 전보다 0.5% 줄어들었다. 가계지출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소비심리를 반영하는 평균소비성향 역시 전년보다 0.9%포인트 떨어진 71.1%로 5년 연속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는 한 가구에서 쓸 수 있는 돈이 100만원 있다면 이 가운데 71만1,000만원만 지출했다는 의미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면서 빈부격차는 심해졌다. 빈부격차를 볼 수 있는 5분위 배율은 지난해 4.48배로 3년 이내 최고였다. 수치가 높을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해졌다는 뜻이다. 5분위 배율은 2008년 4.98배를 찍은 후 꾸준히 줄어 2015년에는 4.22배까지 내려갔으나 지난해 다시 올랐다.

문제는 타개책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실업난이 심화하고 있고 기업투자 역시 위축돼 경제의 활로는 보이지 않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등 예측할 수 없는 정치적 리스크마저 도사리고 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기본 체력이 고갈된 상태여서 경기 반등이 쉽지 않다”며 “앞으로 불황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규제 정비 등을 통해 기업이 원활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신산업 육성 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근본적인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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