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흐엉 등 여성 용의자 VX 노출로 구토증세 호소"

美 학자 "용의자들 VX용 해독제 썼을 것"

말레이 "독성 공항잔류 가능성 조사 예정"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23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에서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 AP=연합뉴스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23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에서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 AP=연합뉴스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피살에 사용된 독극물이 신경성 독가스인 ‘VX’인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가운데 김정남 얼굴에 독극물을 바른 용의자 여성 중 한 명이 구토 증상을 보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이날 김정남 피살 용의자 인도네시아 출신 시티 아이샤(25)와 베트남 국적 도안 티 흐엉(29) 가운데 한 명이 구토하는 등 VX 노출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앞서 범행 당시 두 여성이 차례로 맨손으로 독극물을 김정남 얼굴에 문질렀다는 당국 발표 뒤, 손에 묻으면 이상이 없고 얼굴에 바르면 사망에 이르는 독극물이 과연 존재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만약 여성 용의자가 구토 등 경미한 증상을 보였다면 두 여성 용의자가 섞이면 VX로 변하는 서로 다른 화학물질을 손에 묻힌 뒤 김정남 얼굴에서 혼합해 독성을 띠게 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한 범행 전이나 직후 VX 해독제를 복용했을 가능성도 나온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대 법의학부 학과장인 독물학자 브루스 골드버거 박사는 “VX는 소금 몇 알갱이 정도의 아주 적은 양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으며, 피부를 통해 흡수될 수도 있다”며 “VX는 주사로 놓는 해독제가 있으며, 과거 이라크 전쟁 때는 미국 위생병과 군인들이 전장에 나갈 때 화학무기 노출에 대비해 해당 해독제를 소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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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버거 박사는 “신경성 독가스는 매우 독성이 강하다”면서 “암살을 실행한 두 용의자가 VX에 노출되고도 아무런 증세가 없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로 해독제를 투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에 VX가 사용된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범행 현장인 쿠알라룸푸르 공항뿐 아니라 병원과 앰뷸런스 등 김정남이 피습 뒤 거쳐 간 모든 장소가 독성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VX는 점성이 모터 윤활제와 비슷해 증발하는 데 짧게는 수일에서 길게는 수주까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말레이 경찰은 원자력허가위원회에 쿠알라룸푸르 제2 국제공항에 VX의 흔적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수색을 요청할 예정이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날 칼리드 청장이 “모든 장소를 대상으로 ‘방사성’ 물질이 남아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현지 경찰이 ‘방사성 물질’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강신우PD seen@sedaily.com

강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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