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온몸에서 발견된 멍과 화상 자국, 4살 은비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해 7월 15일, 4살 은비(가명)는 의식을 잃은 채 구급차에 실려 대구의 경북대학교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 아이는 심폐소생술을 받고 겨우 호흡을 찾았지만, 결국 뇌사에 빠지고 말았다.
은비는 7개월 전 한 입양원을 통해 입양된 아이였다. 직접 119 신고를 했던 양부모는, 아이가 집 안 대리석 바닥에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친 것이라 말했다.
그런데, 주치의는 은비의 몸 상태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겨우 4살 밖에 안 된 아이의 얼굴, 가슴, 발바닥에 화상 흉터와 멍자국이 가득했던 것이다. 도대체 은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심각한 아동학대를 의심한 주치의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은비의 양부모는 아이가 발달장애가 있어 스스로 벽에 머리를 박는 등 평소 자해를 하는 버릇이 있어 생긴 상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양부는 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지난 2월 8일 1심 판결에서 은비의 양부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아직은 끝낼 수 없는 은비의 죽음, 누가 아이의 위험을 외면했나
병원에 실려 온 이후, 뇌사상태로 3개월여를 버티던 은비는 결국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런데 우리는 은비를 치료했던 주치의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은비가 작년 4월에도 화상과 멍자국이 심한 상태로 다른 병원에 실려 간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심지어 물고문이 의심될 정도의 저나트륨혈증 증상까지 동반된 상태였다. 그 당시 담당의사 역시 아동학대를 강하게 의심해 즉시 경찰에 신고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동학대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었을까?
취재 결과, 당시 담당의사가 아동학대 신고를 하여 경찰이 병원에 출동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아이의 상태를 살피려 하자, 갑자기 같은 병원의 동료 의사인 최 모 교수가 나타났다. 최 교수는 경찰에게 오해가 있는 같다고 해명하며, 경찰들을 돌려보낸 것이다.
은비의 양부모와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던 최 교수가, 은비의 양부모는 절대 아동학대를 할 사람들이 아니라며 학대신고 자체를 취소시킨 것이다. 그렇게 양부모에게 돌려보내진 은비는 석 달 뒤 다시 위급한 상태로 병원에 실려 왔고,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은비의 죽음 뒤에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이번 주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아직 잊어서는 안 되는, 4살 은비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알아보고 남겨진 의혹의 실체를 파헤쳐본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