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UBS에 이어 또 다른 유럽계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의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인수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CS의 보고서에 외국인과 기관이 대거 투매하면서 SK하이닉스 주가가 5% 넘게 폭락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주가는 5.38% 하락한 4만7,500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IB인 UBS의 투자의견 하향 보고서로 지난 10일 5.12% 급락한 후 회복세를 보이던 주가는 다시 한 번 미끄러지며 5만원대 밑으로 내려갔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 폭락도 글로벌 투자은행이 촉발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CS는 SK하이닉스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인수가 성공할 확률이 낮다고 밝혔다. CS는 “SK하이닉스는 현금도 있고 채권 발행도 가능해 인수 자금은 충분하다”면서도 “판매 주체인 도시바가 경쟁업체에 주요 자산을 매각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CS의 보고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SK하이닉스 주식 투매로 이어졌다. 이날 하루에만 외국인이 SK하이닉스 주식 113만1,000주, 기관이 146만 3,070주를 각각 매각했다. 이날 외국인이 팔아치운 SK하이닉스의 순매도 금액은 544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순매도 금액의 절반에 달했다. 게다가 UBS 보고서에는 그렇게 영향을 받지 않던 기관까지 매도에 동참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안한 전망도 SK하이닉스에 악재가 되고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들의 리포트에는 결국 반도체 산업 전체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돼 있다”며 “공급과잉 악재가 앞으로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반도체 기업 주가 하락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러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의 핵심은 과거 D램 신규 증설에 대한 트라우마와 최근 현물가격 상승 폭 둔화 현상 때문인데 이는 과대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신증권은 미세공정 전환이 연간 2~4㎚(나노미터) 단위로 느려진 후 D램 공급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반도체 업황 호황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도시바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경영권을 포함한 반도체 사업 지분 매각에 대한 재입찰 절차를 확정했다. 일본 언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에 따르면 기존 20% 지분 매각에서 경영권을 포함한 50% 이상 매각으로 선회하면서 전체 지분 매각 규모도 약 1조엔(10조315억원)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닛케이는 이달 초까지 진행된 소수 지분 매각 입찰에 참여했던 미국 웨스턴디지털, 대만 폭스콘 외에도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경영권 지분 매각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하루 앞선 23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제안이 오면 검토하겠다”며 도시바 반도체 경영권 인수 의지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