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업무 지휘·감독을 받으며 근로자와 똑같이 일했는데도 형식상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휴가·수당·퇴직금 등을 주지 않고 마음대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화물 지입차주들이 낸 진정을 받아들여 효성그룹 소속 A사와 협력사인 화물업체 B사에 시정을 권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지입차는 실소유주는 화물차 운전자이지만 서류상으로는 운송사업자 명의가 되는 화물차량을 뜻한다.
인권위는 지입차주들이 실질적으로 A사의 지시를 받으며 운전업무를 해왔다는 점을 들어 이들을 근로자로 보호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지입차주들은 매주 평일 오전 8시30분에 지역사무소로 출근해 오후 6시30분 퇴근할 때까지 차량에 동승한 A사 직원의 지시를 받아 A사 소유 현금자동입출금기(CD·ATM)에 현금을 수송하는 일을 했다. 출퇴근 시에는 출입문 지문인식기에 체크해야 했고, 매일 이동거리와 연장근로시간 등이 기재된 운송일지를 작성했다.
화물차량도 출퇴근용으로는 사용하지 못하고 퇴근할 때는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한 뒤 차량 열쇠를 지역사무소장에게 반납해야 했다. 차량과 지입차주들의 상의에는 A사의 로고가 부착됐다.
A사는 자신들은 B사와 현금수송업무 위탁을 맡겼을 뿐 지입차주들과 아무 계약관계가 없으므로 인권위의 차별시정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B사는 지입차주가 개별사업자이고, 그들과 고용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어서 해당 사안이 인권위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반드시 형식적인 고용계약이 있어야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으면서 실제 차별을 했다면 책임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근로자성 인정은 형식적 도급계약이 아니라 실질적 측면에서 인적·경제적 종속성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언급했다.
인권위는 B사에 향후 지입차주와 계약 시 해고금지, 연차휴가 보장, 노동3권 보장 등을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 A사에는 B사가 이와 같은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하도록 협조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