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환골탈태해 완전히 새로운 기관으로 재탄생하겠습니다. 경제활성화에 앞장서는 싱크탱크가 되겠습니다.”
차기 회장으로 추대된 허창수 GS 회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56회 정기총회에서 전경련의 변신을 선언했다. 허 회장은 이날 정경유착 근절, 전경련 투명성 강화, 싱크탱크 기능 강화 등 3대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허 회장 주도로 외부 인물을 혁신위원으로 영입하는 작업부터 시작해 곧바로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혁신위에서는 외부 회계법인에 의뢰한 용역 결과와 각계에서 의견을 수렴한 내용 등을 토대로 미국 헤리티지재단 같은 싱크탱크로 전환하는 방안이나 미국의 경제단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을 벤치마킹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전경련은 곧바로 인적 쇄신 작업에도 돌입한다. 전경련 고위관계자는 “다음주 초 전 임원이 사의를 표명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일부 임원은 이미 결심을 굳힌 상태”라고 밝혔다.
전경련에는 권태신 신임 상근부회장을 제외하면 전무 3명 등 10여명의 임원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이승철 전 부회장과 함께 오랜 기간 전경련에서 경력을 쌓은 만큼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후원 모금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 임원이 사표를 내면 회장·부회장이 새로운 판을 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임원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진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총회를 끝으로 물러날 계획이었던 허 회장이 떠밀리듯 회장을 다시 맡은 데다, 삼성·현대차 등 4대 그룹이 모두 전경련을 탈퇴하면서 “차, 포 떼고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겠느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포스코 역시 전경련에서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이달 중순께 전경련에 탈퇴 의사를 전달했고, 최근 전경련은 이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이날 정기총회를 끝으로 전경련 부회장 직에서 물러났다.
한편 이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곧 이어질 대선 국면에서 기업인들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회장단 회의에서 “올해 정치 일정들이 예정돼 있다”며 “상공회의소법을 보면 이미 정치적 중립이 명기돼 있고 경제와 무관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 지지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장단이 상의가 정치적으로 한쪽에 치우치는 일이 없도록 중심을 잘 잡아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