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영화 같은 장면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듯하다. 아카데미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 수상이 ‘라라랜드’로 잘못 호명되는 영화 같은 해프닝이 벌어진 것. 수상작 발표와 동시에 긴급 기사를 타전한 전 세계 주요 언론도 ‘라라랜드’가 작품상까지 받아 7관왕에 올랐다고 전했다가 기사를 취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시상식의 마지막 순서인 ‘작품상’의 시상엔 원로 배우 페이 더너웨이와 워런 비티가 나섰다. 더너웨이는 “많은 영화가 우리에게 영감을 줬다”고 운을 뗐다. 이어 비티는 “정치에서의 목표와 영화의 목표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시상식 초반부터 계속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을 꼬집는 듯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영화가 많이 올라왔다”고 말하며 작품상 후보를 소개했다.
이어 더너웨이는 수상작으로 ‘라라랜드’를 호명했다. 비티는 수상자 발표 전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작품상 수상작으로 호명된 ‘라라랜드’ 제작진 및 출연진은 곧바로 무대로 올라왔고 감격의 수상 소감을 잇달아 발표했다. 프레드 버거는 “내가 더 소중한 사람이 돼가고 있는 게 느껴진다”고 감상을 밝혔다. 또 함께 무대에 오른 조던 호로위츠는 “사랑과 온정·인류애를 가슴에 품고 일하며 미래를 이야기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수상소감 도중 시상자 비티는 사과하며 “수상작은 ‘라라랜드’가 아닌 ‘문라이트’”라고 수상작을 번복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는 “우리가 받은 봉투에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에마 스톤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영화 이름이 ‘라라랜드’로 돼 있었다”며 “그래서 좀 오랫동안 들여다봤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소동은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적힌 봉투가 잘못 전달된 데서 비롯된 셈이다.
수상작이 정정되자 ‘라라랜드’ 제작진은 아카데미 트로피를 ‘문라이트’ 제작진에게 넘겨줬다. 이후 수상을 위해 새로 무대에 오른 ‘문라이트’의 아델 로만스키는 “꿈에도 나오지 않을 일이 벌어졌다”며 “고맙고도 미안하다”고 감상을 밝혔다. 시상식 사회자 지미 키멀은 당황하지 않고 “이 때문에 영화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재치있게 이 해프닝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