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기업들의 최고 목표는 ‘생존’ 그 자체가 됐다. 저마다 야심차게 창업에 나서지만 자금이나 영업력 부족, 경기침체, 노사갈등 등 갖가지 벽에 부딪혀 간판을 내리는 기업들이 부지기수다. 국내에서 한해 81만개의 기업이 생겨나지만 78만개는 사라진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평균 수명이 11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잘 대변해준다. ‘100세 경영’을 자랑하는 기업이 미국과 독일은 각 1만개가 넘고 일본은 무려 2만여곳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고작 7개사 뿐이다.
경기가 악화되고 무역장벽이 높아지는 요즘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100년 장수’는 그저 꿈일 뿐일까. 유난히 장수기업 토양이 척박한 우리나라도 ‘100년 기업’ 을 향한 싹은 서서히 움트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청이 장수명문기업 확인제도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6개사가 27일 ‘명문장수기업 1호’에 선정됐다. 코맥스, 삼우금속공업, 동아연필, 매일식품, 피엔풍년, 광신기계공업이 바로 주인공들이다.
이 기업들이 단지 오래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선정된 것은 아니다. 실적은 물론 기업문화나 사원 복지, 그리고 노사관계와 사회적 공헌 등 종합적인 평판조사를 거쳐 지속성장이 가능한 모범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외형과 내실에서 모두 100년 장수를 향한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명문장수기업들이 가진 특징은 뭘까. 바로 끊임없은 연구개발(R&D) 투자와 안정적인 승계작업, 그리고 노사·지역과의 상생이다. 이들 기업의 업력은 평균 56년. 매출액은 612억원으로 일반 중기들보다 14배 많다.
특히 R&D 투자 비중이 매출액 대비 2.5%로 일반 중기들보다 2배 가량 높다. 6개사 모두 2세가 가업을 물려받아 경영하고 있거나 승계 예정이다. 원활한 가업승계가 장수기업으로서의 성공 요인인 셈이다.
이들 기업들은 원활한 노사관계는 물론 지역과 상생 등 사회적 책임경영에도 충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제품 차별화를 통해 회사를 성장시키고 안정적 경영 구도를 만들고 회사에서 발생한 성과는 반드시 직원과 지역사회와 공유할 때 만이 장수할 수 있는 셈이다.
이날 선정된 명문장수기업 가운데 매출액이 1,146억원으로 가장 많은 코맥스는 ‘기업은 정직해야 더 강하다’란 경영철학 아래 우리나라에서 인터폰을 처음으로 만들어 현재 전세계 120개국에 수출 중이다.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한 제품차별화가 장수기업을 이끈 비결로 꼽힌다.
올해 47살이 된 삼우금속공업은 ‘사람이 자산’이란 경영철학을 내걸고 표면처리도금 등 뿌리 기술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기업은 경영성과에 따라 정기상여금 600% 외에 매년 월 급여의 최대 350%까지 성과급을 지급한다. 역시 사람에 대한 투자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생산제품에 명문장수기업 마크를 사용할 수 있고 영문확인서도 발급돼 국내 및 해외 수출마케팅에 활용된다. 중기청 관계자는 “국가가 인정한 ‘명문장수기업’이 100년 이상 지속적인 기업경영의 바람직한 롤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중견기업까지 선정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