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의 상당수가 단기 투자 성격이 강한 비프로그램 순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지난해 10조원 이상의 국내 주식을 사들일 당시 대형주 중심으로 바스켓을 형성해 지수를 사는 프로그램 매매(비차익거래)가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과 대비를 이룬다. 쉽게 말해 외국인이 올 들어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지수를 추종하는 매매가 아닌 개별 종목별로 접근한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이 오는 3~4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유럽연합(EU)의 정치 선거 등 대외 불확실성에 따라 급격하게 변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순매수를 이어가며 코스피 2,100선 돌파에 기여한 외국인들이 급격하게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며 외국인에 우호적인 투자 환경은 지속되고 있지만 3~4월에 지수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대외 이벤트들이 줄지어 있는 만큼 일단 차익 실현을 한 뒤 쉬어 가자는 것이다. 이날 외국인은 2,256억원을 순매도하며 2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기록했고 코스피는 0.41%(8.60포인트) 하락한 2,085.52포인트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매매가 급격하게 방향을 돌린 것은 최근 국내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의 성격이 과거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로 전환한 후 24일까지 1조1,174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 기간 외국인은 주로 대형주와 중형주를 사들이며 코스피는 1년 7개월 만에 2,100선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1조원이 넘는 외국인의 순매수 자금 중 91.12%(1조182억원)는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비프로그램 순매수였다. 단기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보통 현물시장에서 코스피 종목 15개 이상을 바스켓으로 구성해 매매하는 프로그램(비차익) 매매를 뮤추얼펀드나 국부펀드 등의 장기 성향 자금으로,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비프로그램 매매는 단기 성향으로 분류한다. 지난해 홀로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외국인의 전체 순매수 금액(11조3,354억원) 중 비프로그램 순매수 비중이 4,049억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자금 성격이 확연히 달라진 셈이다.
외국인 자금의 성격이 달라지며 최근 상승세를 탔던 국내 증시도 대외 변수에 따라 변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 이벤트에 따라 환율이 요동치거나 지수 변동 폭이 커지면 비프로그램 매수를 통해 유입된 단기 성향의 자금이 급격하게 국내 증시를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2,256억원) 중 절반인 1,016억원은 비프로그램 매도였다.
당장 이달 말(현지시간)에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이 첫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곧 발표하겠다고 약속한 ‘세제 개편안’을 포함해 경기부양책 등 경제 발언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월 중순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네덜란드 총선, 4월에는 프랑스 대선이 예정돼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2,100선 돌파가 올해 종착역은 아니지만 3~4월 중에 대외 불확실성 확대가 우리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 용어설명
※ 프로그램(비차익)거래=현물시장에서 주로 코스피200 구성 종목 중 15개 이상으로 바스켓을 구성한 뒤 이를 일시에 거래하는 프로그램 매매의 한 종류다. 외국인의 경우 뮤추얼 펀드나 국부펀드 등 장기 성향의 자금이 국내 증시에 투자할 때 주로 활용한다. 바스켓이 선물시장과 연계될 경우 차익 거래이다.
※비프로그램 거래?
현물시장에서 차익·비차익 등 프로그램 매매를 제외하고 직접 개별 종목을 매매하는 것. 여러 종목을 동시에 사고파는 프로그램 매매가 시장 전체 흐름을 주목하는 것과 달리 주로 단기 성향의 외국인 자금이 개별 종목에 투자할 때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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