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은행의 건전성 규제인 바젤Ⅲ가 한층 강화될 예정입니다.
은행이 장기 보유 중인 기업주식들의 위험가중치가 현재보다 최대 4배까지 높아지게 되는데요.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이라, 장기 보유 주식을 올해 안에 매도할 지 여부를 두고 은행권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정훈규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은행의 건전성 규제인 바젤Ⅲ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적용됐던 경과규정이 올해 종료됩니다.
경과규정은 바젤Ⅲ 도입 후에도 은행이 2009년 이전에 습득한 주식은 위험가중치를 기존 100%로 유예해 주고, 2009년 이후 주식부터 위험가중치 300~400%를 적용했습니다.
경과규정이 종료되는 내년부터는 2009년 이전에 사들인 주식의 위험가중치가 최대 4배까지 높아지는 겁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건전성에 악영향을 고려해 이 주식들을 올해 안에 팔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기업은행은 자기자본비율 제고 차원에서 1998년 취득한 KT&G 지분 약 951만주에 대한 연내 매각을 추진 중입니다.
국민은행도 포스코 보유지분 1.81%와 SK 지분 2.49%를 계속 보유할지 연내 매각할지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지 주식 매각 관련해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지만, 주식 습득 시점이 포스코는 2008년, SK는 2011년인 점을 감안하면 포스코 주식 매각에 무게가 실립니다.
한편 KEB하나은행은 옛 외환은행이 2003년 습득한 SK하이닉스 지분 0.7%를 보유 중인데, 업황이 좋아 일단 팔 계획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내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9도 은행들이 보유 주식 매도를 고려하게 하는 요인입니다.
기존 회계기준에 따르면 은행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면 회계상 당기순이익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매각 이익이 나도 당기순이익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본만 늘어나게 됩니다.
경영진 입장에서 회계상 당기순이익을 부풀릴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지는 셈입니다.
올해가 매각 이익을 순익에 반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만큼 금융권에서는 올 연말과 내년 초 경영진 임기 종료를 앞둔 은행들이 보유 주식 매각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소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