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공판과 이대 비리 공판은 28일에 이어 다음달 15일과 28일 예정돼 있어 빠르게 진행된다. 여기에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17명을 일괄 기소하면서 서울중앙지법 일정표는 당분간 큼지막한 재판들로 가득 채워지게 됐다.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앞서 검찰이 기소해 재판 중인 이들을 더하면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툴 국정농단 인사는 30명에 이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이날 피고인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상률(5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소영(51)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김 전 실장 등은 박근혜 정부가 예술 분야 전반에 걸쳐 반(反)정부 성향이라고 점찍은 인사들의 명단(블랙리스트)을 작성해 이들에 대한 지원을 조직적으로 막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블랙리스트 존재를 모른다고 국회 등에서 수차례 증언해 위증 혐의까지 추가된 상태다.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 부른 노태강 전 문체부 국장과 진재수 전 문체부 과장의 권고사직을 강요한 혐의도 있다.
하지만 피고인들은 첫 재판부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특검과 팽팽히 맞섰다. 김 전 실장 변호인은 “김 전 실장이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신분보장이 되지 않는 문체부 1급 공무원 사직에 관여한 건 직권을 남용한 게 아니다”라며 “블랙리스트 작성도 좌편향된 문화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의 정동욱 변호사는 “특검은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 수사에 집중해야 하는데도 직권을 남용해 김 전 실장까지 구속시켰다”며 “오히려 구속돼야 할 사람은 박영수 특별검사”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측 변호인단도 “블랙리스트 작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수석 측은 단순히 상부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했다. 피고인들은 대체로 특검의 공소 내용이 혐의를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수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대 비리 공판준비기일에서도 피고인 김경숙(62)·이인성(54) 등 이대 교수들은 정씨의 이대 입학과 학점 취득 과정에 부당한 특혜를 준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의 변호인은 “정씨에게 과제·학점 혜택을 준 건 맞지만 체육특기생이라서 배려했을 뿐이며 최씨 등과 공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