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패를 바꿔가며 6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해온 삼성의 컨트롤타워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총수 직속 조직인 미래전략실은 지난 1959년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 시절 비서실에서 출발했다. 계열사가 늘어나면서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그룹 관리의 필요성을 느낀 이병철 회장은 일본 미쓰비시와 미쓰이 등을 벤치마킹해 비서실을 만들었다. 1970~1980년대 그룹이 성장하면서 삼성 비서실의 위상도 높아졌다.
IMF로 경영위기를 맞은 삼성은 1998년 비서실을 구조조정본부로 바꾸며 위기를 극복했지만 2006년 ‘X파일’ 사건으로 불법 정치자금 조성과 증여가 드러나면서 구조본을 축소했다. 이후 전략기획실로 이름을 바꾸고 규모를 줄였다. 그러나 전략기획실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2008년 ‘삼성 특검’으로 수조원대 차명계좌 운용 등 불법행위가 드러나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기소된 뒤 경영쇄신안이 나오면서 해체 운명을 맞은 것이다.
이후 삼성은 2010년 전략기획실을 부활시키면서 지금의 미래전략실로 이름을 바꿨다. 미전실은 전략·기획·인사지원·법무·커뮤니케이션·경영진단·금융일류화지원 등 7개 팀으로 이뤄졌다. 계열사에서 파견된 임직원 200여명이 근무하고 그룹의 2인자로 불리는 미전실장은 이학수·김순택·최지성 부회장이 차례로 맡았다.
미전실에 대해 삼성 성공신화의 주역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법적 실체가 없는 조직으로 총수를 위한 불법행위를 주도했다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삼성은 ‘성공의 삼각축’으로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 미전실의 기획, 전문경영인의 실행을 꼽는다. 미전실이 모든 정보를 보고받아 치밀한 기획안을 마련한 다음 총수의 지시에 따라 각 계열사에서 일사불란하게 집행하는 시스템이 삼성의 발전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지주회사가 없는 상황에서 계열사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그룹의 큰 그림을 그려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다.
반면 실체 없는 조직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삼성그룹 의사결정은 이사회가 아닌 미전실에서 이뤄진다”며 “미전실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하고 많은 경우 무리한 판단을 하고 불법행위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