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최근 서울시의 ‘재건축 35층 층수 제한’ 원칙에 49층 초고층 재건축이 사실상 좌절됐음에도 오히려 저가 매물들이 소진되고 호가는 높아지고 있다. 결국에는 재건축이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과 꾸준한 학군 수요가 이어지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은마 전용 76㎡ 최저 호가는 지난달 말 10억9,000만원에서 최근 들어 11억4,000만원으로 한 달 새 5,000만원가량 뛰었다.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올해 초에는 전용 76㎡ 10억~11억원 초반대 매물이 있었는데 다 팔렸다”며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찾는 사람은 많지만 팔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9일 서울시가 높이관리기준 및 경관관리방안 설명회를 통해 시내 일반주거지역 아파트의 최고 층수 35층 제한 원칙을 확인했고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도 이에 맞춰 재건축 계획안의 일반주거지역 아파트 건물 최고 층수를 35층 이하로 낮췄다. 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한 은마아파트가 49층 재건축을 고집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 셈이다.
그러나 초고층 재건축 문제가 은마아파트 시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서울시의 초고층 재건축 불허가 단기 악재이기는 하지만 최고 층수 제한을 은마만 받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재건축 아파트 투자를 좌우하는 기본 조건은 입지”라고 말했다. 학군·교통 등 뛰어난 조건의 입지를 감안하면 은마아파트의 투자가치가 높기 때문에 재건축 추진에 따라 매수세가 뒷받침될 수 있다는 것이다.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급한 사람들은 이미 지난해에 다 팔았고 지금은 사려고 했던 사람들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시세가 많이 오르지는 않겠지만 보합세 정도는 유지할 것 같다”고 전했다.
35층 제한에 막혀 있기는 하지만 은마 아파트는 최근 재건축 계획안을 강남구청에 제출하는 등 사업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강남구청이 2월12일부터 3월13일까지 재건축 계획안에 대한 공람을 진행 중이며 3월3일에는 주민설명회가 예정돼 있다. 주민설명회 이후에도 추진위원회가 현재의 49층 초고층 재건축 계획안을 고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추진위원회가 재건축 계획안을 수정하지 않으면 강남구의회 의견청취를 거쳐 서울시의 검토, 심의 절차가 진행되며 재건축 계획안을 수정할 경우에는 다시 강남구청의 검토를 거쳐 공람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