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되기 전 일본의 전 각료와의 면담 계획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남이 독자적으로 외국 정치가와의 접촉을 꾀하려고 한 점이 북한 지도부를 자극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1일 “김정남이 암살되기 11일 전 마카오에서 이시이 하지메 전 자치상과 면담을 계획했다”고 보도했다. 이시이 전 자치상에 따르면 두 사람의 회동 약속은 한국 국적 실업가의 중개로 지난 2월2일 확정됐으며 마카오 소재 초밥집에서 3월1일 오후6시에 한국 중개인을 포함해 3명이 만날 예정이었다. 이시이는 지난 1990년 가네마루 신 전 자민당 부총재가 단장을 맡았던 북한 방문단에 사무총장으로 동행했고 과거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과도 면담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김정남이 북한과 네트워크가 형성된 일본 정치가와 접촉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가 직접 경색된 북일관계를 개선하기 물밑작업을 벌이려고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산케이는 김정남이 외국 정치가와 별도로 만나려 한 점이 북한 지도부를 자극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살해된 것은 북한이 중국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날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익명의 북한 정보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이 김정남을 보호하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마카오에서는 김정남을 살해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견해를 전했다. 또 다른 북중관계 소식통은 “김정남이 중국에 있으면 살해될 일은 없었다”면서 “김정남 살해를 김정은에게 말했던 것은 측근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라고 주장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한편 이날 말레이시아 검찰은 현지 세팡법원에서 김정남 독살 혐의로 체포된 두 여성 용의자인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5)와 베트남 국적의 도안티흐엉(29)을 김정남 살인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기소장을 통해 이들이 지난달 13일 오전9시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도피 중인 다른 용의자 4명과 함께 북한인 김철을 살해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철은 김정남의 가명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두 여성과 북한 국적의 리정철(46) 등 3명의 용의자를 검거했고 보건부는 김정남의 시신에서 검출된 독극물 분석 결과 맹독성 신경작용제 VX가 사용됐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