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충당금 폭탄에 울상이다. 지난해 9월 대우조선해양의 여신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강등하며 더 이상 국책은행에 폭탄은 없다고 강조했지만 결산 실사를 진행 중인 회계법인이 추가 충당금을 요구하며 완강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과 수은의 실사를 진행 중인 회계법인들은 각 국책은행에 1조원씩의 충당금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현재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으로 여신부실을 지분으로 출자전환한 약 2조 2,000억원과 기존 여신 4조9,000억원 등 7조 1,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수은은 대우조선해양이 수주 받은 배의 건조가 늦어지거나 완성된 후 발주자가 가져가지 않으면서 수주 당시 발주자에게 발급한 선수금환급보증(RG)이 대부분인 9조원을 위험여신으로 분류했다. 두 국책은행은 이미 충당금으로 2조2,500억원을 쌓아놓은 상태다. 여기서 각각 1조원씩 추가로 충당금을 쌓을 경우 국책은행의 부실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수은은 지난해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1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해 충격을 줬다.
산은과 수은은 회계법인의 요구가 지나치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를 겪은 회계법인들은 물러서질 않고 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같은 요주의라고 해도 부실 가능성은 여러 단계로 갈라질 수 있는데 은행과 회계법인이 보는 수준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회계법인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여신 건전성 분류를 요주의보다 낮은 고정 이하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 경우 지난해 국회 정무위 자료에 따르면 산은 혼자 3조5,509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렇다고 회계법인의 의견을 무시할 수도 없다. 지난 2월 대우건설에 이례적으로 초강수인 ‘감사 거절’ 결론을 내린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부실 가능성이야 부인할 수 없는 것이고 회계법인의 요구에 무조건 못하겠다고 하면 의견 거절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국책은행의 충당금 확대는 시중은행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나은행 8,600억원, 국민은행 7,100억원 등의 대우조선 여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들 시중은행도 충당금 폭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실정이다.
대우조선해양으로 인한 국책은행의 부실에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다른 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 폭이 줄어드는데다 결국 국책은행의 부실은 세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수은의 2015년 81조9,000억원 이던 기업 여신 지원 규모가 올해 67조원으로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수은에 정부가 보유한 도로공사 주식 등 현물을 출자해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해운 업종 부실로 유탄을 맞은 타 업종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출자받은 공기업 주식을 묶어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글로벌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밑 빠진 독 물 붓기’ 식 지원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을 최근 선박 발주를 조금씩 늘려가는 그리스 선주를 상대로 매각하거나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등 국내의 기존 대형 조선사에 사업 부문을 나눠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실업을 우려한 정치적인 이유로 정권 교체 이후 또다시 국책은행을 동원한 자금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단계적으로라도 구조조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임세원·김흥록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