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맞벌이 외 가구의 소득과 소비가 사상 처음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처음이다. 맞벌이 외 가구는 한 가구 안에서 세대주와 배우자가 모두 취업한 경우를 제외한 가구로 외벌이 가구가 대부분이다. 이외에는 부자(父子)취업, 무직 등 가구도 포함된다. 반면 맞벌이 가구는 소득과 소비 모두 전년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맞벌이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371만6,000원으로 전년보다 0.6% 줄어들었다.
맞벌이 외 가구 소득은 매년 평균 4% 내외의 증가율을 유지하며 꾸준히 증가해왔다. 2009년 금융위기 여파에도 증가폭이 줄어들었을 뿐 마이너스 성장은 없었다.
맞벌이 외 가구 소득 감소는 가구 소득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줄어든 것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맞벌이외 가구의 근로소득은 역대 최대 폭인 2.5% 줄어들며 전체 소득을 끌어내렸다.
소득 감소는 소비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맞벌이외 가구의 월평균 소비는 228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1.8% 감소했다. 맞벌이외 가구 소비가 감소한 것 역시 지난해가 처음이다.
외벌이 가구의 소득과 소비가 줄어든 상황에서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소득과 소비의 증가세는 건재해 경기 불황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맞벌이외 가구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해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55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2.7% 늘어났다. 이는 전년 증가율(1.6%)에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맞벌이 가구의 근로소득은 같은 기간 5.7% 늘어나며 2012년(6.9%)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들의 소비지출 역시 1.6% 증가하며 전년 증가율(0.5%)을 훌쩍 뛰어넘었다.
맞벌이외 가구의 소득·소비 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한 이유로는 맞벌이외 가구 중 경제기반이 열악한 무직가구나 부자가구 등이 상당수 포함돼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임시직 고용 감소 등 여파로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44만7,000원으로 5.6% 추락,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경기 불황으로 고용 시장이 날로 악화하면서 소득원이 분산돼있는 맞벌이보다 외벌이가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맞벌이 여부를 기준으로 집계한 통계청의 가계수지는 2인 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최근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1인가구는 포함돼 있지 않아 현재 상황은 심각성이 더 크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1인가구 중 상당수는 노인가구 등 저소득층이 많아 통계상 맞벌이외 가구에 1인가구를 포함하면 맞벌이 가구와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5년 기준 1인가구는 511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7.2%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중 상당수는 맞벌이외 가구에 속해 있다”며 “지난해 임시직 감소 등으로 고용 여건이 악화하면서 소득이 줄어든 점이 맞벌이외 소득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