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훈 강원대 교수는 2일 한국경제학회가 은행회관에서 ‘절대 위기의 한국 경제, 어디로 가야 하나’를 주제로 개최한 제1차 정책세미나에서 “전 세계의 경제침체가 인구 고령화에 기인한 측면이 매우 크고 앞으로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세계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 경제도 현재 위기 상태이며 앞으로 큰 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경제 상황을 이같이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10%포인트 상승하면 연간 경제성장률이 3.5%포인트 하락한다. 이에 따라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일본 수준으로 늘어난다면 연 경제성장률이 3.5%포인트 이상 감소하는 것이다. 현 경제성장률 수준을 감안하면 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일본과 같은 수준까지 진전되면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고령화의 가속화로 세계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4차 산업혁명은 생산성 향상을 넘어 인공지능(AI)이 육체노동과 정신노동까지 대신해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은 각국의 소득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이는 반세계화를 넘어 역세계화로 전개될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런 위기를 극복할 시스템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서는 또 이근 서울대 교수가 현재 한국 기업과 산업이 정부의 지원 없이는 스스로 장기지향적 투자로 일자리를 창출해내지 못하는 시스템 실패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대기업과 공공연구소의 우수 인재가 창업하고 이를 다시 대기업이 인수해 대기업과 중소 벤처기업 간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세제혜택과 스톡옵션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한국 경제가 1989년 탈(脫)산업화 시작,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시기,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3단계를 거쳐 성장둔화가 진행돼왔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이런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 선진국에 안정적으로 진입하려면 고령화 대책을 마련하고 경제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경제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