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中 "한국 여행상품 판금' 명동 가보니]"유커 발길 끊겨…메르스때보다 힘들다"

화장품 매장당 유커 두세명뿐

"시장 회복될만할때 더 큰 폭탄

매출 확 줄어" 상인들 체념

"정부 대책 있나" 볼멘소리도

중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자국 여행사를 통한 한국관광 상품 판매 금지령을 내리자 국내 관광·면세점 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3일 오후 서울 명동지하쇼핑센터 입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권욱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중국이 자국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상품 판매금지령을 내리자 중국인 쇼핑 메카인 서울 명동에 초비상이 걸렸다. 3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와 지하쇼핑센터 입구(위쪽 사진)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권욱기자


중국 당국의 한국행 여행상품 판매금지 뉴스가 전해진 3일 서울 명동 상인들 사이에서는 체념에 가까운 목소리만 들렸다. 지난해 7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가 불거진 후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점차 줄어 매출 감소를 겪고 있던 터라 앞으로 닥칠 어려움을 우려하는 것이다. 겨울철 비수기를 지나 유커 시장이 회복될 만할 때 더 큰 ‘폭탄’이 터진 셈이다.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유커들이 가게의 물건을 쓸어가던 것은 과거지사가 됐다”며 “지금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보다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날 명동 거리는 유커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상점들은 여전히 중국어 간판을 내걸고 스피커에서는 중국어 안내가 나왔지만 정작 매장을 드나드는 유커는 매장당 두세 명에 불과했다.

기존 명동 상권의 70~80%는 유커 관련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중국과의 이슈가 매출에 민감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명동 시장의 한 관계자는 “단체관광객 유커는 이미 반토막 나고 개별관광객으로 버티는 점포가 많은데 이마저도 힘이 든다”고 전했다.


명동역 근처의 식당 직원 A씨는 “지난해 사드 이야기가 나오면서 유커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뉴스(유커의 한국행 금지)가 나오고 나서는 덜컥 걱정부터 앞선다”고 토로했다. 명동 입구에서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롯데백화점 쪽을 가리키며 “한창때는 명동역에서 여기까지 관광버스가 이중, 삼중으로 주차해 있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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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에서 만난 상인들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와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상황은 더 안 좋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발생한 메르스 사태는 수습이 가능한 감염병 문제였다. 실제로 그해 말에는 메르스가 소멸했고 유커도 예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최근의 사드 사태는 끝을 알 수가 없어 답답할 뿐이라는 게 상인들은 반응이다. 환전소를 운영하는 30대 여성은 “유커들이 지난해 11~12월 이후 확 줄어든 것 같다”며 “재작년 메르스 때보다 더 나쁘다. 그때는 잠깐이었고 금방 다시 좋아졌는데 지금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파장이 중국 정부가 직접 규제하는 단체관광객을 넘어 ‘싼커’라고 불리는 개별관광객으로도 전이되고 있는 것도 심각성을 높이고 있다. 싼커들 사이에서 명소로 꼽히는 명동 C카페의 한 점장도 “유커들이 50% 이상 빠졌다”며 “일본인이나 동남아 고객들이 메워주고 있지만 앞으로 더 걱정”이라고 전했다. 명동에서 만난 유커들도 이런 분위기에 동의했다. 20대 여성은 “개인적으로 사드 때문에 한국을 찾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분위기 때문에 망설이는 주위 친구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명 화장품 매장의 한 점장은 “최근 몇 년간 유커가 크게 늘면서 가게를 중국 맞춤으로 인테리어 했는데 최근 상황에 중국인도 사라지고 다른 외국인도 받기 어렵게 됐다”며 “정부가 무작정 사드를 밀어붙이는데 국가적 조치라 뭐라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무슨 대책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수문·신다은기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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