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로터리] 관광도 복지다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





글로벌 경제 침체 시대에 내수시장의 진작은 오늘날 모든 나라의 공통 과제로 각국은 국내 관광 활성화 사업에 한창이다. 예컨대 지난 2011년부터 일본 정부가 기업체와 연계해 실시하고 있는 ‘포지티브오프’ 캠페인, 호주에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TV에서 실시된 바 있는 ‘노 리브, 노 라이프’ 캠페인 등이 휴가를 장려해 국내 여행을 유도하는 사례이다.

2월 우리 정부도 내수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유연근무제 유도, 호텔 등 숙박시설의 요금 인하에 대한 세제혜택, 실버·청년층의 여행참여 확대 등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담겼다. 그러나 여기에는 넘어야 할 구조적 걸림돌이 있다.


우선 일이 우선시되는 기업문화가 문제다. 국내 취업자의 연간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2015년 기준 2,113시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이 이를 대변한다. 휴가 사용을 권장해도 휴가를 낼 심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노동생산성은 22위로 OECD 평균의 80%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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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떠날 돈이 없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모름지기 소비를 하려면 여유가 있어야 한다. 돈이 없고 미래가 불확실하면 소비 위축은 당연하고 운 좋게 여윳돈이 생겨도 앞날을 위해 역시 지갑을 닫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여행경비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관광을 보다 적극적으로 국민 ‘복지’의 주요 영역으로 다뤘으면 한다. 국민들의 국내 여행 장려를 위해 휴가 보장과 비용·휴양시설 마련 등의 지원을 강화하고 나아가 대상을 실버층·장애인 등 관광 소외계층까지 적극 확대하자는 것이다. 관광을 통한 복지 확대로 국내 관광 수요가 늘면 그것을 위한 투자가 당연히 수반될 것이다. 결국 이는 방한 외래관광객의 수용 태세 강화로 이어지며 고용 유발도 활발해져 내수 진작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관광을 행복 추구를 위한 기본권으로 인식해야 한다. 휴식하고 재충전하며 삶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관광의 기능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충분한 휴식이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스위스 정부가 여행에서 소외되는 국민들의 경비 지원을 위해 여행금고를 창설한 것이 1939년이고 세계관광기구(UNWTO)에서 국제사회가 추구해야 할 목표로 ‘복지관광’을 선언한 것이 약 40년 전인 1978년이다.

한국은 우울증 환자가 연간 60만명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지친 일상을 뒤로하고 삶의 행복을 실현할 수 있는 여행만큼 마음을 치유하는 좋은 방법이 또 있을까. 내수 진작과 인간적 가치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복지관광으로 관광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를 기대해본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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