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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커피메이트’ 윤진서, ‘거짓의 유리벽’을 거부하는 배우

지난 1일 개봉한 영화 ‘커피 메이트’(감독 이현하)는 우연히 ‘커피메이트’가 된 두 남녀가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폭풍에 휘말리게 되는 일탈 로맨스. ‘스킨십보다 뜨거운 대화’라는 소개 문구보다는 ‘카페에서 만난 솔메이트 이야기’라고 소개하는 게 적당할 듯 하다.

배우 윤진서 /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배우 윤진서 /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


윤진서는 영화 속에서 외로움이 익숙한 달콤 씁쓸한 유부녀 ‘인영’ 역을 맡아 배우 오지호(희수 역)와 함께 색다른 로맨스를 선보인다.


윤진서는 “‘커피메이트’를 캔맥주 하나 든 채, 극장에서 혼자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이다”고 소개했다.

인영은 상류층에 편입된 삶을 행복이라고 믿었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 세상으로 들어갔지만 공허함만 커진다. 그 울타리를 박차고 나가지 못하던 중 가구 디자이너 희수를 만나고 자신을 둘러싼 유리벽을 깨고 나가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피어싱’을 통한 자기 학대 장면도 만날 수 있다. 윤진서는 인영의 그런 모습이 “동물원에 갇혀있는 동물을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동물원에 갇혀있는 동물들이 자기 학대를 많이 한다고 들었어요. 상류층에 편입되길 원했던 인영이가 그런 상태가 아니었을까요? 의사 남편과 이혼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계속 삶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니라고 느껴요. 그러면서도 거기를 박차고 나가지 못해요. 피어싱 후 상처를 치료하지 않는 장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자신을 학대하고 있었던거죠.”

영화 속 두 주인공은 줄곧 카페에서만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자신이 통과한 유년기의 기억, 사랑에 대한 생각, 삶에 대한 가치관 등까지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서서히 사랑에 빠진다. 인영은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면서 진짜 행복이 뭔지를 깨닫게 된다. 그렇게 자기장에 끌린 남녀는 분명 이전의 로맨스 영화와는 결을 달리하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대화로 시작해서 대화로 끝나는 로맨스이다. 물론 중간 중간 소소한 게임 장면도 등장한다. 빙고게임을 하며 소소한 경쟁심을 불태우는가 하면, 람보 게임을 하며 일탈의 스릴을 즐긴다.

오지호는 카메라를 숨겨놓은 채 일반인들 앞에서 행한 ‘람보 게임’이 다소 쑥스러웠다고 말했다면, 윤진서는 “영화 속에서든, 실제로든 그런 게임에서 창피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어렸을 때 지하철에서 람보 게임을 자주 했어요. 저는 제 차례가 돼도 두렵거나 하는 게 없었어요. 재미있어서 하는 거잖아요. ‘아. 내가 해야 해?’ 이런 식으로 아무렇지 않게 반응하니까 친구들은 재미없어 하기도 하더군요.”

/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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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서는 정해진 멘트, 혹은 좋은 대답을 골라서 하는 배우가 아니었다. 취재진의 질문에 동의하면 “네. 네” 라고 바로 받아쳤으며, 반하는 의견이면 “그렇지 않아요.”라고 바로 답했다. 한마디로 ‘거짓의 유리벽을 거부하는 배우’로 기억 될 듯 하다.

예를 들면 이렇다. ‘솔직하고 당당한 성격이라 두려워하는 게 없을 것 같다’ 고 하자, “람보게임이 안 두려운 거죠. 저 역시 두려운 게 있는 사람이죠. 제일 두려운 건 안 좋은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거요. 음 누군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는다거나, 제가 아는 누군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는 거요. 그건 살면서 정말 두려운 것일 것 같아요. ”라고 답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화려한 데뷔를 한 윤진서는 다수의 작품들에 출연함과 동시에 싱글앨범「L’amourse」, 에세이집 ‘비브르 사비’, 소설 ‘파리 빌라’까지 내놓으며 차근차근 뮤지션에서 작가까지 다재다능한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사랑해, 말순씨’, ‘비스티 보이즈’, ‘경주’, ‘산타바바라’등 에 출연하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는 짙은 매력과 신비로우면서도 당찬 이미지를 갖춘 연기파 배우로 자리 잡았다. 최근엔 tvN ‘인생술집’에 출연해 솔직한 열애 고백으로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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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에세이 책은 글쓰는 배우 윤진서에게 ‘시선으로부터 자유’를 느끼게 해줬다고 한다.

“‘비브르 사비’는 제 이야기를 많이 털어놓은 에세이에요. 뭔가 시선으로 자유로워졌다고 할까요. 그런 걸 많이 느꼈어요. 솔직하게 다 이야기했고, 제 글을 오해 없이 받아들여준 좋은 독자들을 만나 좋은 느낌을 받았어요. 또 다른 책을 쓴다면, 장기 여행을 떠나 경험한 이야기를 담은 기행문을 쓰고 싶어요. ”

윤진서에게 여행이란 자신을 재충전하는 시간이자 성숙된 연기를 위한 준비 과정이다. 글도 쓰고, 서핑도 하고, 다재다능한 여배우로 알려진 그이지만, 고교시절엔 “우울한 아이였다.”고 털어놨다.

/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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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인영이와 비슷한 점이라면, 고등학교 때 부유한 친구에게 열등감을 가졌던 점이요. 누구나 그런 게 있었겠지만, 저 역시 자기 세계에 빠져있던 아이인 것 같아요. 지금보다 더 우울했고, 생각이 많아서 애어른 같았어요. 제가 생각해도 많이 밝아지고 변했어요.”

요가와 필라테스, 서핑 등을 즐기면서 그는 보다 밝은 성격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할 때 행복한지 어릴 때보다 좀 더 잘 알게 됐어요. 고민이나 우울한 생각이 들 때 바다로 달려가 서핑을 즐기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카페처럼 편안한 공간이 그녀에겐 ‘바다’였다. 라인업(서핑을 위해 바다 가운데로 패들링해 나가는 것)에 있다보면, 2~3시간 일행들과 바다를 보면서 수다를 떨게 된다고 했다. “체력도 웬만한 남자보다 센 것 같고, 모유의 힘일까요? 실제로 4살 때까지 모유를 먹고 자랐어요. 며칠만 서핑을 안 해도 너무 하고 싶어요. 전 그렇게 움직이면서 뭔가 활기를 찾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스페인, 맥시코, 아일랜드, 포르투칼 등 유명한 포인트를 찾아 서핑하러 가 봤어요. 정말 서핑은 할머니 때까지 해보고 싶어요. ”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윤진서의 새로운 면은 “혼자서 뭐든지 잘 해요” 였다. 토마토, 상추 등을 직접 키워먹는 것은 기본이고 요리도 직접 해서 먹는다. 다양한 나라로 여행을 다니면서 혼자 운전해서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에도 일가견이 있단다. 무거운 짐을 낑낑거리면서 들고 다니는 것 역시 익숙해져 있지만, 윤진서의 그런 모습을 본 사람들은 ‘의외이다’고 반응하기도.

“여배우란 직업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 그런지, 제 손으로 직접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나 봐요. 전 대부분 일을 혼자서도 잘 해요. 은행업무 처리, 동사무소 서류 처리 등도 다 제 손으로 해요. 대신 휴대폰이나 TV는 잘 안 봐요. 제주도 시골에서 할 일이 너무 많거든요. 마당은 물론 텃밭도 관리해야죠. 촬영 때문에 며칠 집을 비우게 되면, 빨래하고 쓸고 닦고, 환기시키느라 정말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바다가 가까운 제주도에 둥지를 튼 윤진서는 ‘파도가 부르는 소리에 바로 답할 수 있어 행복한 소녀’처럼 보였다.

“예전엔 서핑 타이밍 맞추기가 힘들어 아쉬운 점이 컸거든요. 파도가 있는 날은 그곳까지 달려가도 이미 타이밍이 늦거나, 일이 있어서 가지 못할 때도 많았어요. 파도가 절 기다리지 않으니 그렇게 타이밍을 놓쳤어요. 그런데 이렇게 제주도에서 살게 된 뒤론, 파도가 있으면 바로 가면 되니까 그 점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작업이 없을 땐 늘 제주도 집으로 내려가요. 그게 편하고 좋으니까요.”

한편, 윤진서의 차기작은 강도 높은 액션이 돋보이는 액션 영화이다.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사형수를 모아놓은 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돌아올 예정이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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