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계열사 대표가 미등기 임원 선임..'뉴 롯데' 책임경영 가속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상하는 ‘뉴 롯데(New Lotte)’의 시작은 계열사 대표의 권한 강화였다. 임원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이 각 계열사 대표에게 있음을 명문화해 힘을 실어주는 등 세대교체를 통한 책임경영에 ‘강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분석이다.

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제과(004990)와 롯데칠성(005300)음료·롯데손해보험(000400) 등이 대표이사가 미등기 임원을 선임하도록 인사 관련 회사 정관을 개정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그룹 인사팀에서 계열사 임원 현황을 조율한 뒤 회장 결제를 받고 이사회 결의를 통해 사장을 비롯한 미등기 임원을 선임했지만 이제 대표이사의 결정만으로 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각 계열사는 대표가 미등기 임원을 선임한 뒤 이사회에 보고하는 선에서 선임 절차가 마무리된다. 단 대표이사는 선임된 임원을 이사회에 보고할 때 경영성과 등 선임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사회의 결의사항을 보고사항으로 바꾼 것으로 대표이사의 선임 권한을 명문화한 것”이라며 “대표이사는 종전대로 이사회 결의를 통해 정한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의 이 같은 조치는 신 회장이 강조한 ‘경영철학’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신 회장은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과 지난해 검찰수사 등을 거치면서 계열사의 책임경영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그룹의 정책본부를 축소, 경영혁신실로 바꾸고 계열사의 실질적 사업 조정과 전략 수립을 위해 4개 부문을 신설해 기존 계열사 수장들을 부문장에 배치했다.


아울러 사상 최대의 임원 승진인사를 통해 50대의 젊은 최고경영자(CEO)를 전진 배치했으며 특히 우수한 경영 성과를 내고 분야별 전문성을 충분히 갖춘 인사를 중용했다. 이 역시 계열사의 경쟁력 확보와 사업은 대표들에게 맡기겠다는 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정책본부가 축소 재편됨에 따라 계열사에서는 현장 중심의 책임경영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각 사는 기술개발·생산·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수준에 맞는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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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권한을 강화했지만 의무와 책임 역시 강조한 조치로 해석되면서 계열사의 윤리경영·투명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도 숨어 있다.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준법경영위원회를 신설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인사를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 이사회에서 결정하지 않고 대표에게 맡겨둠으로써 ‘줄’이나 ‘배경’이 아닌 개인의 능력과 기업의 필요에 따른 인사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임원 선임 권한이 이사회가 아닌 대표에게 집중된 것은 소위 ‘라인’에 따른 ‘코드 인사’나 ‘갈라먹기 인사’를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책임경영·투명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룹 컨트롤타워 축소와 사상 최대의 임원 승진 인사, 대표의 인사권 강화 등 ‘인사’ 부문에서 변화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이제는 롯데그룹의 사업적 측면의 혁신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밖으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 정부의 보복 대상이 되고 있으며 안으로는 지주회사 재편과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분권화된 ‘뉴 롯데’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의 변화는 의미 있는 일이지만 안팎으로 과제가 많은 지금 현안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새로운 롯데가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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