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상장지수펀드(ETF)의 종목명을 대폭 변경한다. ETF의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상황에 각 운용사의 방침에 따라 중구난방 식으로 정해진 ETF의 명칭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 위해서다. 거래소는 운용사와의 협의가 이뤄진 만큼 5월 말을 목표로 변경 작업을 완료할 방침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주 복수의 자산운용사와 ETF 종목명 변경에 대한 협의를 상당 부분 완료하고, 5월 말까지 변경 절차를 마치기로 계획을 세웠다.
바뀌는 종목명은 운용사별 ETF 브랜드와 기초자산 혹은 기초지수, 지수 사업자 등의 순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은 ‘TIGER 200 KRX’로, ‘TIGER 차이나A레버리지(합성)’은 ‘TIGER 차이나A CSI300 레버리지(합성)’로 변경되는 식이다. 기존의 종목명에 각각 지수 사업자인 KRX와 기초지수인 CSI300이 더해지는 형태다. 이들 상품의 경우 한국거래소의 코스피 200 지수와 중국의 CSI300 지수를 추종한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만약 앞으로 다른 지수 산출기관을 통해 비슷한 상품이 상장될 수도 있는 만큼 미리부터 혼란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명칭 변경에 나서기로 했다고 거래소는 설명했다.
민간 지수 사업자인 에프엔가이드와 와이즈에프엔 등이 개발한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는 종목은 지수 사업자가 추가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예를 들어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고배당주’는 ‘ARIRANG 고배당주 FnG’로, ‘ARIRANG 스마트베타 LowVOL’은 ‘ARIRANG 스마트베타 LowVOL WISE’가 된다.
거래소는 이 같은 변경을 통해 투자자들의 ETF 상품 이해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전체 ETF 258개 중 66개가 지난해에 상장되는 등 최근 ETF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종목명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종목명은 지수사업자나 기초지수 등을 알리지 않고 상품별로 통일성도 없어 투자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통일된 기준에 맞춰 종목명이 바뀌면 투자자들이 ETF의 이름만 보고도 무엇에 투자하는 상품인지 파악하는 것이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운용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반대하는 운용사들은 기존의 종목명이 투자자들에게 이미 각인된 상황에서 이 같은 변경이 혼란만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10년 이상 이용하던 종목의 새 이름을 두 달여 만에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며 “지금도 ETF의 이름이 길어 홈트레이딩서비스(HTS) 등에서 전체 종목명이 보이지 않는데 굳이 더 늘리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종목명만 변경될 뿐 종목코드는 그대로 유지돼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찬성 의견을 밝힌 운용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