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빌미로 한국을 겨냥한 중국의 보복에 대해 우리 정부가 국제법에 따라 대응하겠다며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최소한 수개월 전부터 예상됐던 보복 사태를 수수방관해오다가 뒷북을 치는 격이라는 비판을 사게 됐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5일 KBS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중국의 보복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관련 규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조치가 국제규범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던 지난 3일의 발언보다 한층 강경화된 발언이다.
윤 장관은 특히 중국 정부가 최근 자국민들에게 여행사를 통한 한국관광을 금지한 데 대해 “인적교류에 대해 인위적 장애를 초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같은 금지조치를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로는 부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또 중국의 보복에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계획대로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이날 “최근 중국 내 일련의 조치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사드 보복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깊은 우려’라는 표현은 사드 보복 논란 이후 가장 센 수위다. 주 장관은 특히 “WTO와 한중 FTA 등 규범에 위배되는 조치에 대해서는 국제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선 3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한국관광 금지 관련 구두지시가 내렸다고 하는데 확인이 되면 이에 대한 입장표명을 할 것”이라며 “대응할 것이 있으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사태가 심각해진 후 뒷북 대응인데다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3월 미중 정상회담 때 “사드 한국 배치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고 지난해 하반기쯤부터 화장품·식품 등 업계에서는 중국으로부터 각종 불이익 조치를 당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중국의 대응을 축소 해석하는 데만 급급했다. 실제 윤 장관은 지난해 7월 “중국 정부의 경제 제재가 있을지를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고 유 부총리도 “전면적인 경제 보복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법에 따른 대응’도 쉽지 않으리라는 예측이 나온다. 한국관광 금지 조치의 경우 ‘구두 지시’ 정도였다고 알려져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부터 만만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맹준호·서민준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