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가 사실상 본사 인원 감축에 나섰다. 본사 직원들이 타사 대비 많다는 판단 아래 대거 지점으로 발령했는데,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포석으로도 풀이된다. 합병 당시 “단 한 명의 구조조정도 없다”고 밝힌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발언과 다른 행보여서 내부 반발도 예상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미래에셋대우는 본사 직원을 지점으로 이동하는 인사발령을 실시했다. 이번 인사발령을 시작으로 지점 발령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며, 대략적인 인사발령 대상은 2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본사 인원(약 2,000명)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달 미래에셋대우는 ‘조직슬림화 태스크포스팀(TFT)’을 결성했다. 박현주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서울 센터원 건물에 입주한 본사 관리직원들이 많아 줄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TFT를 만들었다. 이들은 본사 인력 감소 방안을 논의했고, 지난달 말 노동조합이 실시한 ‘신(新)인사제도’ 찬반 투표에서 찬성 78%를 얻어 인사제도가 통과됨에 따라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 추진됐다.
회사측은 먼저 본사 직원들을 지점으로 발령내 경쟁체제를 갖추겠다는 방침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지점으로 발령받은 직원들이 대다수인데,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 할 경우 언제든지 정리를 하겠다는 의도”라며 “지난해 말 부장급 직원들을 대거 이사로 승진한 것도 이 일환”이라고 말했다.
지점발령 대상은 주로 자산관리(WM)부문이나 리스크관리 부문 등 비교적 인원이 많이 배치된 본부에 속한 직원들로 추려졌다. 최근 미래에셋대우는 IWC센터를 네 곳 개설했는데, 본사 직원들을 WM센터나 IWC센터로 발령하면서 경쟁을 시켜 구조조정의 명분으로 삼는 것으로 관측된다.
구 대우증권 직원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합병하며 센터원으로 회사를 옮길 당시 이미 본사 직원을 자체적으로 27%나 감축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IWC센터를 4월까지 7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인데, 이곳에 대규모 인원들을 모아 경쟁을 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언제든지 성과가 좋지 않은 직원들을 정리하겠다는 명분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이와 동시에 지점 구조조정도 추진하고 있다. 비용 절감 등을 위해 합병 과정에서 영업권이 중복된 대치, 도곡, 왕십리, 목동 등 7곳의 지점 통폐합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