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이틀 새 벌써 롯데마트 4곳이 소방법 위반 등의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07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롯데마트의 영업정지는 이번이 처음이다.
5일 롯데마트 등에 따르면 이날 중국 저장성 롯데마트 진화점은 소방안전 문제로 영업이 일시 중단됐다. 앞서 항저우 롯데마트 샤오산점은 전날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영업이 중단됐다. 이는 항저우시 공안소방당국이 소방점검을 벌인 결과 소방시설이 부적합하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외에도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와 둥강시 소재 롯데마트 두 곳 역시 비슷한 이유로 영업이 잠정 중단됐다.
이런 가운데 현재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 112곳에 대한 소방점검 등이 계속되고 있어 추가로 더 많은 영업장에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는 상황이다. 롯데 관계자는 “영업정지의 경우 통상 지적사항을 보완할 때까지 영업재개 명령을 내리지 않기 때문에 정지기간이 얼마나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이날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을 비롯한 그룹 경영혁신실 4개팀 임원들과 중국 현황 관련 점검회의를 열어 사드 보복과 관련한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개별 민간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더 이상 기업활동이 위축되지 않게 할 방법은 한국 정부가 나서는 것 외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국 진출기업의 피해와 기업활동 위축에 대해 정부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며 “중국 전 주재원과 상시대응 체계를 갖추고 롯데 상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현지 고객들의 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롯데그룹이 정부의 협조를 요청하고 나선 것은 더 이상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내주면서 중국 정부와 국민들의 보복성 행위가 중국 내 사업장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 내 롯데마트 영업장 곳곳에서 중국인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중국의 해킹으로 보이는 디도스 공격으로 롯데인터넷 면세점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상황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적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외교통로 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달라는 롯데의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박성호·박윤선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