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기오염도(이산화질소 농도 기준)는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미세먼지의 절반이 국내에서 발생한다며 주범 중 하나로 디젤 차량의 운행을 꼽았다. 한때 친환경차로 각광을 받은 경유차가 하루아침에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전락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한 ‘클린디젤’ 보급 정책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은 ‘더티디젤’로 허구성이 드러난 클린디젤 정책은 이명박(MB) 정부 시절 녹색성장위원회와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위시한 당시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도했다. 당시 녹색성장위원회는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를 도입해 이전에는 없던 ‘경유차 기술 개발 및 보급 정책’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건에 연루된 다국적기업 보쉬는 클린디젤 개념을 도입하며 정부 지원시 디젤 차량 구입 의사가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정유업계는 클린디젤 엔진 기술 개발로 경유가 액화석유가스(LPG)보다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결국 2009년 3월 국회에서는 클린디젤 차를 ‘친환경차’에 포함하자는 법안(취득세 감면 및 구매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이 발의됐고 법안은 두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통과됐다. 정부의 클린디젤 관련 연구개발(R&D) 예산도 2010년 이래 지난해까지 2,500억여원에 달했다. 결국 디젤엔진 차는 클린디젤이라는 이름으로 친환경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고 자동차 회사들은 ‘클린’이라는 이미지를 이용한 자동차 마케팅에 집중했으며 2015년 전체 차량 가운데 경유차의 비율이 41%까지 늘게 됐다.
그러나 2009년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 이후 현재까지 클린디젤 차로 인증된 자동차는 한 대도 없는 실정이다. 법상 클린디젤 차가 되려면 ‘천연가스 차 또는 하이브리드 차’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야 하는데 이 기준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경유차의 대기오염물질 초과 배출에 따른 사회적 비용 연구’를 보면 경유 차량이 도로에서 대기오염물질을 초과 배출하면서 치르게 된 사회적 비용이 지난해 782억원에 달한다. 미세먼지로 국민들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사실은 별개로 치더라도 말이다.
국민의 세금이 단순히 낭비된 것이 아니라 반환경적 사업을 부추기는 데 강제로 배분되고 결국 책임지는 사람조차 없다. 공공사업을 할 때는 언제나, 누구나 그럴듯한 명분을 내건다.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복잡하고 어려운 전문용어들로 방어막을 치고 같은 직역의 사람들은 모른 체하기 일쑤다. 다양한 방식의 시민참여형 거버넌스가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