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고형암 필수검사 유전자 한국 14개, 美 50~62개

건강보험 적용 NGS 검사기준 너무 느슨하고

표준화 미흡, 맞춤 항암제 찾아도 규제 첩첩

“美처럼 전문성·리더십 가진 기관서 주도를”



수십~수백개의 암·유전질환 관련 유전자에 변이가 생겼는지를 한꺼번에 분석해 진단, 약제선택, 예후예측에 활용하는 서비스가 첫 단추를 잘못 채운 것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이달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유전자 패널 검사’가 그 대상이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반드시 검사해야 하는 필수유전자 수가 너무 적고 여기에 병·의원별 선택유전자를 더한 유전자 패널(패키지)의 표준화, 일관성 있는 분석결과를 만들어내고 국가 차원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할 리더십과 전문성을 가진 기관의 부재다.

6일 학계 등에 따르면 이달 시행되는 NGS 검사대상 필수유전자는 위·폐·유방암 등 고형암이 14개, 급성 골수성·림프구성 백혈병 등 혈액암별로 3~11개, 유전성 난청·망막색소변성 등 유전질환별로 0~7개다. 선택유전자를 포함해도 레벨1(본인부담 45만~46만원)의 경우 유전질환은 2~30개, 암은 5~50개만 분석하면 된다. 레벨2(본인부담 64만~66만원)는 이보다 유전자 수가 많다.

고형암의 경우 세계최대 암 유전자 검사 서비스 회사인 미국의 파운데이션 메디신은 62~322개, 유전자 패널개발 및 염기서열분석장비 회사인 써모피셔는 50~409개의 유전자를 대상으로 변이 여부를 검사해 암관련 DB와 비교분석한다.


이에 대해 김태유 한국유전체학회 회장(서울대병원 교수)은 “500여개 암관련 유전자 중 이미 개발된 항암제의 표적만 200개 정도 되는 데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필수유전자는 전체 암의 20%가량만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병원마다 선택유전자 구성이 달라 DB의 질이 떨어지고 비용부담은 상당한데 맞춤형 정밀의료에 활용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꼬집었다. 국내 최대 유전체분석 서비스 기업인 마크로젠의 정현용 대표는 “유전자 패널에 맞춰 시약을 조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분석대상 유전자가 50개든, 200개든 재료비 차이는 10만원 이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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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유전자 패널과 염기서열 분석 결과를 해석하는 알고리즘이 통일성을 갖지 않으면 누가 검사·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미국 국립보건원(NIH)·국립암연구소(NCI)처럼 전문성과 리더십을 가진 기관이 정부 재원과 병원 검체, 표준 패널과 알고리즘을 활용해 중앙집중적이고 일관성 있는 DB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열홍 대한암학회 이사장(고대안암병원 교수)도 “필수유전자 수가 너무 적고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1년 뒤 모든 NGS 검사 및 분석 데이터를 모아 재평가한다고 하지만 병·의원마다 선택유전자가 달라 공통의 DB 구축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전자 수 못지 않게 비용부담, 병리과·진단검사과의 수용능력 등도 고려해야 하며 정부가 특정 표준을 제시할 경우 경직된 제도 운영, 특정 회사의 염기서열 분석장비를 강제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 결과 추천된 맞춤 항암제 사용에 제약이 따를 경우 어떻게 할 지도 숙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폐암 치료제로만 허가한 A 제품이 다른 암 환자인 김모씨에게 추천된 경우가 그 예다. A 제품이 아직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거나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다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검사 따로, 치료 따로인 셈이다. 김태유 교수는 “NGS 검사는 폐암·유방암 등 암종에 상관 없이 암관련 유전자를 억제하는 맞춤항암제를 찾는 것인 만큼 적응증 및 건보 적용 상의 규제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유료 NGS 검사를 금지하다 방향을 바꿨지만 이번에 허용한 것 외엔 여전히 유료검사 금지대상이고 유전자분석 기업 등이 의원을 개설하지 않으면 위탁검사 서비스를 하지 못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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